9월 4일 오후 4시(현지 시간) 상하이(上海) 훙차오(紅橋) 공항. 중국 전승절 기념식과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개관식에 참석했던 박근혜 대통령을 태운 대통령 전용기 ‘공군1호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천천히 이동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탑승해 있는 ‘이코노미석’으로 향했다.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박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나눴던 대화 내용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과 같이 협력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뤄 나갈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겁니다.” 이 말은 다음 날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중국과 통일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전용기 ‘공군1호기’
해외 순방에서 전용기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날아다니는 청와대’다. 청와대의 집무실과 관저뿐 아니라 이처럼 기내 간담회가 열리는 기자회견장으로도 사용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여객기와는 달리 특별한 공간이 많다. 좌석을 416석에서 200여 석으로 절반 정도 줄인 대신 기내 1층 앞쪽에는 대통령의 집무실, 침실, 휴게실, 회의실이 있다. 그 뒤로는 청와대 직원과 기자들의 좌석이 있다. 2층은 장관, 대통령수석비서관 등 공식 수행원들의 공간이다. 대통령에게는 일반 기내식이 아니라 청와대 요리사가 미리 준비한 음식이 제공된다. 해외 순방 때마다 요리사가 동행해 박 대통령의 식사를 담당한다. 요리 식재료도 이 전용기를 통해 공수된다. 박 대통령은 국산 생수만 마신다. 그 때문에 대통령의 물도 전용기에 늘 실린다.
승무원 구성도 색다르다. 대한항공 승무원들과 함께 공군 장교 및 부사관들도 승무원 역할을 한다. 박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내릴 때 비행기 문에서 늘 거수경례를 하는 여승무원은 공군 대위다. 기장도 공군 파일럿. 그래서 전용기의 공식 명칭이 ‘대한민국 공군1호기’다. ‘코드 1(Code 1)’으로도 불린다. 청와대는 2010년부터 대한항공의 보잉 747-400을 임차해 사용 중이다. 민항기와 같은 점은 기내 면세품이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선물… 아베의 ‘브로치’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반드시 챙기는 것 중 하나가 상대국 정상에게 줄 선물이다. 방한하는 외국 정상들에게도 빠짐없이 선물을 한다.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겐 전통 자수보자기를 선물했다. 박 대통령은 찻잔 세트나 도자기 등 우리의 전통 공예품을 선호한다. 칼 수집이 취미인 중동의 한 정상이 선물로 한국 전통 칼을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전통 공예품을 선물했을 정도다.
보여주기 식 행사를 좋아하지 않는 박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과 달리 정상 간 선물 교환은 비공개로 한다. 11월 한일 정상회담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브로치’를 선물했다. 브로치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람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라고 한다.
방한하는 외국 정상이 묵는 방에는 박 대통령의 명함이 꽂힌 선물이 미리 배달된다. 주로 과일바구니가 준비되는데 과일에 알레르기가 있을 경우 꽃바구니를 선물한다. 한일 정상회담 당시 아베 총리가 묵은 호텔방에 박 대통령의 장미꽃이 전달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대통령 선물은 국제표준기록물기술규칙(ISAD)에 맞춰 명칭과 재질, 형태, 기증자, 기증자 이력, 기증 일자, 기증 맥락을 정리해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다. 일부는 청와대 춘추관 홍보관 사랑채와 청남대 등에 전시돼 있다.
순방에도 ‘이름’이 붙는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마다 별도의 ‘이름’이 붙여진다. 행사 완료 시까지 순방명은 철저히 보안이다. 해외 순방 일정이 잡히면 외교부 의전장이 이름을 정한다. 의전장에 따라 순방의 의미에 맞는 이름을 붙이거나, 보안을 이유로 아무 관련성 없는 이름을 정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할 때 명칭은 ‘나침반’이었다. 동북아 질서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13년 첫 해외 순방인 미국 방문 때는 ‘새 시대’였고, 이어 중국 방문 시 명칭은 ‘서해안’이었다. ‘소나무’ 등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순방명도 제법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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