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채널A 제정, ‘제5회 영예로운 제복賞’ 수상자 선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8일 03시 00분


233명 목숨 구한 ‘자살대교 수호천사’… 大賞 이정남 서울 마포경찰서 경위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제5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로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소속 이정남 경위(54·사진)가 선정됐다. 2013년 7월 용강지구대에 부임한 이 경위는 그동안 동료들과 함께 마포대교에서 233명의 목숨을 구했다. ‘자살대교’라는 오명을 가진 1.4km의 마포대교를 밤낮없이 순찰하며 자살 기도자를 설득한 결과다.

26일 오후 매서운 강바람을 맞으며 마포대교 순찰에 나선 이 경위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한겨울에도 온몸에 땀이 난다”고 했다. 순찰차에서는 자살 기도자를 찾기가 어려워 차에서 내려 다리 위를 뛰어다녀야 해서다. 난간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도 다리 전체를 다 볼 수가 없다. 차에서 내려 뛰다가 또 차를 타면서 이 긴 다리를 오고 간 횟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 ‘주야야휴’ 생활 2년반… 하루 3명 구하기도 ▼

지난해 5월에는 한 번 출동해 3명을 구한 적도 있었다. 다리 위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상담원에게서 자살하려는 학생들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10대 2명을 구했다. 지구대로 돌아오던 길에 다리 밑에서 “살려주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곧바로 물 속에 있던 30대 남성까지 구조해 냈다.

‘주간, 야간, 비번, 휴무’의 기존 근무 시스템을 ‘주간, 야간, 야간, 휴무’로 바꿔가며 마포대교를 누빈 것도 어느새 2년 반이 다 됐다. 이 경위는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다리 난간에 선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올 8월 탈영병이 자살을 시도할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도 한 시간 가까운 설득이 필요했다. 자살하려는 것이 아니라며 버티던 탈영병도 이런 끈질긴 노력에 결국 마음을 열고 난간을 내려왔다.

자살 기도자가 어느 순간에 강으로 뛰어들지 모르기 때문에 설득 중에도 결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이렇게 얘기를 주고받으며 안전한 곳으로 이끌고 나면 이 경위 자신도 맥이 탁 풀린다. 주고받은 대화가 거의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이 경위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들이 ‘마포대교’를 찾은 이유를 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사연을 듣고 난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들이 처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

▼ 헌신-봉사… 우리 사회 숨은 영웅들 ▼

○ 대상(상금 3000만 원)


이정남 경위(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순찰팀)

○ 영예로운 제복상(상금 2000만 원)

김현수 상사(육군 제61사단 본부근무대 경비소대장)

조장석 하사(해군 인천해역사령부 218대대 223전진기지대 의무장)

남한수 경위(경북 상주경찰서 동문지구대 순찰팀)

한만욱 경사(제주해양경비안전서 3012함)

박상진 지방소방장(서울119 특수구조단)

○ 특별상(상금 2000만 원)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항공단(고 최승호 경감,

고 백동흠 경감, 고 박근수 경사, 고 장용훈 경장)

○ 위민경찰관상(상금 1000만 원)

고 이강석 경정(경기 화성서부경찰서 남양파출소장)

고 이기태 경감(경북 경주경찰서 내동파출소)

이광덕 경위(경기 성남중원경찰서 금광지구대 순찰팀)

○ 위민소방관상(상금 1000만 원)

고 이종태 지방소방경(경남 산청소방서 산악구조대)

고 강수철 지방소방령(제주 서귀포소방서 동홍119안전센터)

노석훈 지방소방장(광주 서부소방서 화정119안전센터)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 제5회 수상자가 선정됐습니다. 이 상은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군인 경찰(해경) 소방공무원의 노력과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습니다. 소속 기관의 추천을 받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27일 수상자 16명을 결정했습니다. 시상식은 2016년 1월 1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립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영예로운 제복상#제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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