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그동안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 대해 ‘손댈 수 없다’고 강조했던 원칙에서 물러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관련 단체와 협의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발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은 회견 이후 자국 기자들과 만나 “소녀상이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교장관회담 하루 전까지도 ‘소녀상은 위안부 협의가 완료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는 태도를 유지했다. 일본 언론의 ‘서울 남산으로 이전 검토’ 보도에 “터무니없다”는 반응도 내놨었다.
하지만 이날 외교장관회담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제기해 온 소녀상 이전 요구에 대해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일 합의로 소녀상 추가 건립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거나 기존 소녀상 철거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2011년 12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도로 일본대사관 앞에 소녀상이 세워진 이래 전국 27곳과 해외에서 건립이 이어졌다. 미국에도 비석 형태의 위안부 기림비 8개와 ‘평화의 소녀상’ 2개가 세워져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소녀상은 한국이 철거 약속을 한 게 아니다. 일본 측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관련 단체와 협의해 보겠다는 표현 그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정대위)는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정부가 일본 주장대로 소녀상을 이전한다면 국론 분열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