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당첨금이 걸려 있는 연말 점보복권 (ジャンボ?くじ) 판매소다. 11월 말에서 12월22일까지 판매해 마지막날 31일 추첨한다. 당첨금이 1등을 합해 무려 10억엔에 달한다. 다섯 종류가 있는 점보 복권 중 단연 최고 인기를 누린다.
복권 좋아하는 일본인들, 세금도 한 푼 떼지 않는 당첨금을 바라며 길게길게 줄을 선다. 그런데 모든 복권 판매소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건 아니다.
특별히 당첨이 많았던 판매소엔 멀리 지방에서 복권을 사러 오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인지상정이다. 그 중에서도 올해 특히 사람들이 모인 곳은 고양이가 있는 복권판매점이다.
도쿄 에도가와구(江?川?) 케이요(京葉) 사거리에 있는 한 복권판매점은 지난해말 대박을 맞았다. 복권 추첨에서 1등 7억엔에 더해 3등 100만엔이 7개나 터졌다. 그러니 복권 당첨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곳은 성지가 돼 버렸다.
그런데 이 곳을 문전성시로 만든 것은 '마고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란다. 새하얀 암컷 고양이인 마고는 올해 5살이다. 막 태어난 아기 고양이 마고를 한 손님이 선물했는데 바로 그해 연말 점보 복권 1등이 터졌다. 그 후 다른 점보복권인 드림점보복권에서도 1등이 2번 나왔다.
이런 이야기가 퍼지면서 마고는 복권 고양이로 소문이 났다. 마고를 한 번 쓰다듬고 복을 받으려는 사람들까지 생겨나 길은 더 길어졌다.
착시는 아닐까. 어차피 1등이 한 번 나오면 이후 찾는 발길은 더 많아진다.
이 복권 판매소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56억엔도 넘는 당첨금 전력을 갖고 있던 명소였다. 그런데 마고가 온 뒤엔 놀라울 정도로 당첨 횟수가 배가됐다고 한다.
올해에만 다른 여러 점보복권 100만엔 당첨이 11번 있었다니 보통 냥이가 아니다. 하지만 의심은 여전히 간다. 사는 사람들이 많으면 1등이 나올 확률은 더 높아지니. 하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기왕이면 더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판매소를 찾는 것이 사람 심리니까.
마고는 그 많은 손님들이 쓰다듬어도 싫은 내색 하지 않고 싱글벙글 웃고 있어 더욱 인기다. 마고가 좋아하는 캣잎 등의 선물을 들고 멀리서 오는 손님도 있다.
이런 마고에 도전장을 내민 또 한마리의 복권 고양이가 있다. 이바라키현 미토시(茨城?水?市)의 한 담배가게 복권판매점의 4살된 냥이 '하치'다. 하치는 얼굴에 팔(八)자 모양 눈썹과 같은 무늬를 가지고 있어, 행운이 널리 퍼져나간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기다.
하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큰 피해를 입었던 이 마을이 활기를 잃어 갈 무렵 이 판매소 주인이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냥이다. 그런데 바로 그 해 여름 점보 복권 500만엔 당첨이 나왔다. 그뒤부터는 생각하는 대로다. 그후에도 계속 고액의 당첨이 이어 나와 유명 복권 냥이에 등극했다.
구입한 복권을 하치 얼굴에 문지르거나 먼저 하치를 만난 후 복권을 사는 손님들로 줄을 잇는다.
하치는 당첨운 뿐 만 아니라 시험이나 취직, 결혼 등에도 행운을 주는 일화들도 갖고 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여성이 하치 얼굴을 본 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니 병이 깨끗이 나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외국인도 복권 구입이 가능하다. 내년 연말엔 마고와 하치가 있는 복권 판매소에 가서 300엔짜리 복권 몇 장 사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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