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인사와 언론들이 위안부 문제 합의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으며 물타기를 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29일 “양보는 했지만,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확실하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내용에 대한 설명에 착수할 방침을 굳혔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또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을 만난 자리에서 “소녀상 철거를 위한 절차와 시기를 둘러싼 조정에 들어갈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에 대해 ‘적절히 해결하도록 노력한다’고 했던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위안부 합의 당일인 28일 도쿄(東京)의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한 것을 두고도 아베 총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앞으로 일본 우익 정치인과 언론의 물타기 발언과 보도가 이어지더라도 ‘최종 해결’ 및 ‘비난 및 비방 자제’를 약속한 한국 정부가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일본군 위안부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막후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한일 관계 악화에 조바심을 내 오던 미국 정부는 협상 타결을 크게 환영하며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28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 간의 외교 협상에서 막후 역할을 했다고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위안부 문제를 타결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여 왔는지 보여 준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위안부 최종 협상은 한일 양국 정상이 주도한 것이지만, 동시에 미국은 그동안 적절하고 건설적인(appropriate and constructive)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 정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치적 권유와 충고를 해 줬으며 협상 타결이 미국은 물론이고 양국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설명했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미리 막거나,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기 위해 은밀히 노력했다(work quietly)”고 밝혔다. 워싱턴의 한 외교관은 “미국이 막후 중재자 역할을 공개한 것은 한미일 동맹을 다시 결속시키면서 양측에 재발 방지를 경고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미국은 ‘미국 역할론’을 띄우며 환영 논평을 잇달아 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논평을 통해 “우리는 용기와 비전을 갖고 합의를 도출해 낸 한일 양국 정상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며 “양국은 합의를 이행함으로써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은 (합의의) 전면적인 이행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만큼이나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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