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과의 28일 합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종결됐으며 더는 사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30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앞으로 (한국과의 관계에서) 이 문제에 관해 일절 말하지 않겠다. 다음 일한 정상회담에서도 언급하지 않는다”고 29일 주변에 말했다. 그는 또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도 말해 뒀다. 어제로써 모두 끝이다. 더 이상 사죄도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 아베 총리는 “이번에는 한국 외교장관이 TV 카메라 앞에서 불가역적이라고 말했고, 그것을 미국이 평가하는 절차를 밟았다. 지금까지 한국이 움직여 온 골대를 고정화해 간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까지 한 이상 약속을 어기면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끝난다”고도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합의한 10억 엔(약 97억 원)을 일본이 내는 데 위안부 소녀상 철거가 전제 조건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30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옮기는 것이 일본 정부가 재단에 10억 엔을 내는 전제 조건이라는 것을 한국이 내밀하게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은 돈을 내는 조건으로 소녀상 이전을 주장했고, 한국으로부터 소녀상에 관한 내락(비공식 약속)을 얻었다고 판단한 것이 이번 합의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의 이 같은 보도로 이번 합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일본 측의 언행이 없기를 바란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일본 정부의 언론 플레이로 추측되는 보도 행태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윤 장관은 또 이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15분간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윤 장관은 “양국 지도자의 용단”이라는 케리 장관의 평가를 전하며 “한일 간 합의의 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일본을 향해 성실한 합의 이행을 하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 당국자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녀상 철거가 10억 엔 출연의 조건이라는 보도에 대해 “초등학생이 협상한다고 하더라도 그걸 오케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완전 날조된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위로, 재단 설립 등 한일 양국의 합의가 성실히 이행됐을 때 이번 협상이 최종적으로 타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일본 외무성은 이날 저녁 “이번 합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과 윤병세 장관이 공동 기자회견 때 발표한 내용이 전부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는 공식 코멘트를 내놓았다.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녀상 철거가 10억 엔 출연의 전제 조건이라는 보도는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만약 일본 정부가 그런 조건을 붙이고 싶었다면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 때 발표했어야 했다. 물론 한국이 소녀상을 이전해 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조건이라는 식의 보도는 매우 유감이다. 정부 인사가 그런 것을 멋대로 말할 리도 없다. 기시다 외상에 대한 실례다”라며 ‘이면 합의설’을 일축했다.
아베 총리가 다시는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의 한 측근은 “총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한국 정부도 위안부 할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일본 정부도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일본 정부가 한일 언론을 상대로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하다. 소녀상 철거라는 자신들의 희망 사항을 관철하고 국내 우익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언론을 활용해 ‘치고 빠지는’ 전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관련 보도 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때도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화 내용을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회담 후 일본 언론은 정상이 논의했다는 내용을 잇달아 보도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일본 정부가 국내 반발만을 의식해 언론 플레이에 나서고 있다면 이는 신의 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한일 관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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