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정치권 뒤흔든 말말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 을미년(乙未年) 한 해도 정치권은 요동쳤다. 올 한 해 정치권을 뜨겁게 소용돌이치게 한 ‘말’들을 정리했다. 》

▼ “배신의 정치는 국민이 심판해야” 6월 25일 朴대통령 ▼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 주셔야 합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월 원내대표직에 선출된 뒤 불붙은 당청 갈등의 도화선이 박근혜 대통령의 ‘6·25 발언’으로 터져버렸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유 의원이 야당과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격정발언’을 쏟아냈다.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비판이 쇄도했지만 한편으론 메르스 사태 등으로 조기 레임덕 위기를 맞고 있던 박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과시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 “헌법 1조 1항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7월 8일 유승민 ▼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7월 8일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론’과 친박계의 압박 속에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았다. 몸을 낮춰가며 버텨 봤지만 결론은 “대통령을 이길 순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경제정책기조에 반기를 들며 중부담-중복지 등 중도노선을 거침없이 치고 들어갔던 그가 퇴장한 뒤 당은 다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강경보수’ 노선으로 선회했다.

▼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 걸겠다” 8월 20일 김무성 ▼


“정치생명을 걸고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관철하겠다.”

당 안팎에서 새어나오는 ‘오픈프라이머리 불가론’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8월 20일 “우리 정치개혁의 결정판”이라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 대표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온 오픈프라이머리는 결국 9월 말 공식 폐기됐다. 김 대표는 한발 물러서면서도 “전략공천과 컷오프를 할 거면 날 죽이고 밟고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가 출범한 뒤 그의 ‘정치생명’을 위협할 ‘게임의 룰’은 점점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 “진실한 사람들을 선택해 달라” 11월 10일 朴대통령 ▼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박 대통령의 11월 10일 국무회의 발언은 사실상 20대 총선 ‘TK(대구·경북) 물갈이의 신호탄’이었다.

정가에는 ‘진박(진실한 친박)-가박(가짜 친박) 자가진단법’이 등장했다. 영남권 친박 주자들은 ‘진박’을 자처하며 ‘박근혜 마케팅’에 불을 지폈다.

22일 개각에서도 박 대통령은 당으로 복귀하는 장관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한결같은 이가 진실된 사람”이라고 말했다. ‘진박 인증마크’를 찍어준 셈이다.

▼ “이젠 간철수 아닌 강철수 별명” 12월 1일 안철수 ▼


“광주에서 ‘강철수(강한 철수)’라는 별명을 얻어간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1월 30일부터 1박 2일간 광주 방문을 마친 후 자신감 있게 말했다. 항상 밀리기만 한다는 뜻의 ‘철수정치’라는 오명에 시달리던 안 의원은 결국 13일 탈당이라는 강수를 뒀다. 더불어민주당은 연대가 아닌 “청산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이후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김동철 임내현 권은희 최재천 의원이 줄이어 탈당했다. 호남에서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안 의원과 각축전을 벌일 태세다. ‘강철수’의 신당에 얼마나 많은 의원이 합류할지에 따라 야권 재구성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 “요즘 내 처지가 설악산 흔들바위”
12월 20일 문재인


“요즘 내 처지가 설악산의 흔들바위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12월 20일 한 토크콘서트에서 심경을 밝혔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주변에서 당 대표를 너무 흔들어댄다는 하소연이다.

전당대회 이후 문 대표는 선거마다 참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압박을 단호하게 거부하며 ‘마이웨이’를 가고 있다. 김한길 박지원 의원까지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전면적인 야권 재편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홍정수 hong@donga.com·차길호 기자
#유승민#문재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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