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또 새해 소망을 읊조린다. 꿈과 희망, 소망을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새해를 여는 1월에만 허용된 ‘특권’ 같은 것이다. 그래서 동아일보도 또다시 당신의 새해 소망을 물었다.
동아일보는 오픈마켓업체 옥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2∼29일 옥션 홈페이지를 방문한 20대 이상 10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국민들은 새해 소망으로 ‘돈 모으기’보다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압도적인 비율로 우선시했다.
‘가족의 건강과 화목’ 압도적 1위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가족의 건강과 화목’(39.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재테크, 저축 등 돈 모으기’(15.4%)라는 답변은 두 번째로 많았다. 1, 2위 순위는 지난해 1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똑같았다. 하지만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꼽은 비율이 지난해 26.8%에서 올해 39.0%로 크게 올랐다. ‘재테크, 저축 등 돈 모으기’를 꼽은 비율은 지난해 26.6%에서 올해 15.4%로 크게 감소했다.
우리 국민들의 ‘돈 모으기’ 욕구가 줄어든 것일까.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국 사회를 뒤흔든 메르스 사태를 비롯해 가족 해체 위기상황이 만들어 낸 결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돈 모으기’가 새해 소망 가운데 2위를 차지했고, ‘로또 당첨’도 14.9%로 3위에 오르는 등 경제적으로 더욱 여유로워지고 싶은 것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소원이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등을 겪으면서 가족의 건강과 화목이 더 중요한 가치로 급부상하게 됐다는 것이다. 극심한 취업난 때문인지 ‘취업, 구직’을 새해 소망으로 꼽은 비율이 8.0%나 됐고 이어 ‘금연, 금주 등 건강 향상’(5.5%), ‘공부 및 자기계발’(5.1%), ‘연애, 결혼, 출산’(4.3%), ‘이직, 승진’(2.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김 교수는 “‘가족의 건강과 화목’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우리 국민들이 안정을 지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소망을 꼽았기 때문에 변화나 도전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2015년 경기부진에 삭발… 2016년은 대박나서 머리 길렀으면” ▼
국내 게임업체 넷마블의 자회사인 넷마블블루의 문성빈 대표(36)는 변화와 도전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원숭이띠인 문 대표는 올해 1분기(1∼3월)에 출시할 게임인 ‘콘(KON)’에 사활을 걸었다. 180명 정도 되는 직원들에게도 대표의 절박함을 전달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에는 머리를 삭발하기까지 했다.
2009년 12월 넷마블블루를 창업한 문 대표는 그동안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다. 2013년 모바일게임 ‘마구마구’가 성공을 거뒀고, 2014년에는 ‘다함께 던전왕’으로 좋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3, 4개 게임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표에게 올해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해인 셈이다.
문 대표는 “그동안 정신없이 게임을 만들면서 게임이 지녀야 할 본연의 재미와 가치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시장에 많은 대작 게임들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지만 ‘콘’을 통해 올해 넷마블의 첫 포문을 화려하게 열면서 동시에 이용자들이 오래 기억하는 ‘명품 게임’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가장 듣고 싶은 뉴스는 ‘경기 회복’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4.7%는 올해 가장 듣고 싶은 뉴스로 ‘경기 회복’을 꼽았다. 새해 대통령에게 가장 바라는 것도 ‘경제 활성화’(26.9%)로 나타났다. 동시에 가장 버리고 싶은 것으로는 ‘나태함과 게으름’(32.5%)을 1위로 선택했다. 해석하면 ‘나태함과 게으름을 버리고 더욱 노력해 경제적으로 나아지는 상황’을 만들게 되면 올해 소원이 성취되는 것이다.
이는 문지형 전 KT 과장(38)이 가장 바라는 바다. 문 전 과장은 경력직으로 KT로 옮긴 지 3년 만에 올해부터 ‘스타트업 정글’에 뛰어들었다. 숙박 서비스 업체인 ‘여기어때’의 커뮤니케이션총괄(CCO) 임원이 된 것이다. 그동안 몇몇 기업에서 일했지만 스타트업은 처음이다.
그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말렸다. 후배들은 “요즘같이 팍팍한 세상에 여기만큼 좋은 곳이 어디 있다고”라며 걱정했다. 하지만 문 총괄은 “시간이 더 지나 문득 거울을 봤을 때 더 이상 내가 현장에서 젊은층과 호흡하기 힘든 사람이 될까 봐 걱정이 됐다”면서 “다시 시장을 처음부터 개척하는 일을 젊은층과 함께 하고 싶었다. 빈 땅에 깃발을 꽂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 총괄은 “결국 회사를 옮기는 데 결정적인 것은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새 출발을 해도, 낯선 곳에 가서도 어쨌든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사람은 도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과 출산도 새해 소망
결혼 연령이 계속 늦어지면서 출산율까지 떨어지는 것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 때문인지 ‘연애, 결혼, 출산’이 새해 소원인 경우도 4.3%로 나타났다. ‘자녀의 결혼’을 새해 소망으로 꼽은 2.4%를 합하면 작지 않은 수치다.
미국 생활을 하던 도중 한국에 들어와 지난달 결혼식을 치른 정성운 씨(31)도 올해는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소망이다. 정 씨는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2010년 8월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 있는 오클라호마시티대 경영학과로 편입했다. 한국보다 기회가 평등해 보이는 미국에서 창업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최종 목표는 미국에서 창업하는 것이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실제 미국 생활을 마주하니 창업은 고사하고 비자 받는 일도 버거웠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가운데 지금의 아내인 백록담 씨(28)를 만났다. 백 씨는 미국에서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정 씨의 올해 꿈은 처음 아메리칸드림을 꿈꿀 때보다 훨씬 늘어나 있다.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는 것, 영주권을 획득하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것이다.
정 씨는 “미국에서 창업을 한다는 거창한 생각을 하고 출국했는데 체류를 위한 비자 확보부터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며 “2016년은 혼자가 아니라 아내와 함께 가족의 미래에 대해서 구상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 가운데 4.3%가 ‘국제 사회 테러 종식’을 가장 듣고 싶은 뉴스로 꼽기도 했다. 지난해 전 세계를 분노에 떨게 한 이슬람국가(IS)의 무차별 테러의 영향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으로는 △국민과의 소통 강화(25.7%) △서민과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관심(20.2%) △청와대, 검찰, 경찰 등 주요 권력기관 쇄신(7.2%) 등을 꼽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