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천룰 석달째 헛바퀴… 거물 험지출마론도 흐지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4일 03시 00분


[총선 D-100/계파갈등 여전한 여당]공천제도특위 합의 무산

새누리당 총선 공천 룰이 3개월째 ‘헛바퀴’만 돌고 있다. 3일 공천제도특별위원회는 6번째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가 각각의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의견 접근에 실패했다.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여야 정국과 쏙 빼닮은 모습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친박계는 아예 “공천 룰을 서둘러 정할 필요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흠 의원은 비공개로 전환되기 직전 발언을 자청해 “선거구 획정도 안 된 상황에서 공천 룰을 조급하게 정하려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상대 당의 공천 룰을 보면서 이기는 선거를 위한 공천 룰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박계는 4·13총선 출마를 선언한 전직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이 최대한 많이 원내에 입성하길 바라고 있다. 전략공천과 정치 신인에게 많은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총선 이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친박계 대표 주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해 친박계가 ‘우군(友軍)’ 확보 작전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무성 대표는 “전략공천은 절대 없다”는 주장이 확고하다. 공천 룰 논의 과정에서 단수추천제와 우선추천제 등이 사실상 전략공천의 수단으로 활용되면 김 대표가 그동안 강조해온 ‘상향식 공천’ 원칙이 훼손되고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천 룰이 정리되지 않으면서 총선에 내세울 인재 영입 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김 대표가 주창한 이른바 ‘험지출마론’도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여전히 서울 종로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해운대에 출마하려다 험지 출마 제의를 받은 안대희 전 대법관도 “김 대표와 만난 이후 당에서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에게 안철수 의원 지역(서울 노원병) 출마를 권유했다”며 “이르면 이번 주 중 이 전 위원이 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은 최근 구상찬 전 의원의 총선 출마 선언 자리에서 축사를 통해 “저는 동쪽 끝에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며 출마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당 지도부에 대한 정치 신인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강원 원주을에 출마한 김기철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선거구 획정은 고사하고 공천 룰도 정하지 못했는데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새누리당#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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