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서 맴돌던 더불어민주당 탈당 바람이 수도권에 상륙했다. 3일 서울 광진갑 김한길 의원의 탈당이 기폭제다. 김 의원은 더민주당 내 비주류 좌장 역할을 해 왔다. 그와 행보를 같이 하려는 수도권 일부 의원들까지 탈당하면 ‘분당(分黨)’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김 의원은 이날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에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며 “어렵사리 모셔 온 안철수 의원을 패권정치는 밖으로 몰아내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를 정면 비판하면서 동시에 안철수 신당 합류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김 의원 탈당으로 더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 창업주였던 김, 안 전 공동대표가 모두 당을 떠나게 됐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13일 안 의원의 탈당 이후 김 의원까지 더민주당을 탈당한 의원은 모두 9명으로 늘었다. 더민주당 의석은 127석에서 118석으로 줄었다. 김 의원은 “이제 백지 위에 새로운 정치 지도를 그려 내야 한다”며 “새로운 정치질서를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을 받들기 위해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2007년 대선을 반년 남짓 남겨 둔 당시의 여당 상황과 흡사하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23명은 김 의원 주도하에 집단 탈당했고, 대선 직전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헤쳐 모였다. 김 의원은 이번에도 안철수 신당을 중심으로 야권의 ‘헤쳐 모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탈당 하루 전날인 2일 오후 시내 모처에서 안 의원과 단둘이 만나 자신의 탈당 기자회견 계획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주승용 장병완 등 호남 의원과 동교동계의 이탈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면 호남 의원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했던 박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여건이 갖춰지면 통합을 위한 선택을 하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박 의원이 탈당하면 김영록 이윤석 박혜자 의원 등도 행보를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는 10∼15일 탈당을 예고하고 있다.
시선은 이제 중도 성향으로 첫 여성 원내대표를 지낸 박영선 의원을 향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야권의 맹주’ 자리를 놓고 문재인 대표와 안 의원이 벌이고 있는 세 대결의 마지막 키를 박 의원이 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아직 탈당 생각이 없지만 박 의원까지 움직이면 다른 수도권 의원들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탈당할 경우 힘의 균형이 급속도로 신당으로 쏠리게 된다는 얘기다. 광주·전남에 비해 탈당 바람이 상대적으로 잠잠한 전북의 한 의원도 “최근 가까운 의원들끼리 ‘분당의 마지노선은 박영선 의원’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당 관계자는 “박 의원이 탈당할 경우 더민주당은 수에서는 다수일 수 있지만 정당 존립의 핵심인 정체성과 인물 면에서 친노와 86그룹만 남는 협소한 정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당을 준비 중인 안 의원 측의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안 의원은 2012년 대선 때부터 함께했던 무소속 김성식 전 의원을 2일 만나 신당 합류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만남은 안 의원이 당시 민주당과의 통합을 결정한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김 전 의원이 합류할 경우 중도 세력 결집을 노리는 안 의원의 인재 영입 과정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의원 측은 10일로 예정된 창당발기인대회 장소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으로 정했다. 창당실무준비단은 정강·정책 태스크포스(TF)와 당헌·당규 TF 등 2개의 TF와 기획, 총무, 조직, 홍보, 정책, 직능, 공보 등 7개 분과로 구성됐다. 정강·정책 TF에는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연정 배재대 교수 등이, 당헌·당규 TF에는 이태규 창당실무준비단장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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