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진 票 복지]무상복지 강행 놓고 공방
方차관 “지역별 복지격차 심화”… 李시장 “그건 대통령이 걱정할 일”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무리할 수밖에 없다”(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다른 지역 재정은 대통령이 걱정할 일이다”(이재명 성남시장)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 강행을 놓고 방 차관과 이 시장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사람은 5일 각각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조목조목 밝혔다.
이 시장은 “3대 복지정책은 100만 시민과 약속한 공약”이라고 주장했다. 재정 악화의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빚을 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최대한 세금을 아껴서 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방 차관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조정절차가 진행 중인데 성남시가 이런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며 “계획대로 대법원에 제소하겠다”라고 말했다.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가 지역별 복지 격차를 심화시켜 이른바 ‘복지 디바이드’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방 차관은 “현재 성남시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좋은 이유는 위례신도시 등 택지개발에 따른 일시적인 세수 증가 때문”이라며 “성남시가 무리하면 다른 지자체도 무리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지자체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상향 평준화를 이뤄야 한다”며 “타 지역 재정은 대통령이 걱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추후 다른 시장이 취임해 복지정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 시장은 “임기제 시스템에서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모든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위험이며 성남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3대 무상복지 중에서 가장 이견이 큰 것은 청년배당이었다. 방 차관은 “나중에 취업을 해도 돈을 지급하겠다는 건 타당하지 않다”라며 “고용지원을 강화해 일자리 창출에 신경 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현금을 주는 게 아니라 성남에서만 쓸 수 있는 성남사랑상품권, 전자화폐로 지급할 것이다. 술집 도박장 등 유흥업소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라며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대화의 필요성은 양측 모두 인정했다. 이 시장은 “향후에도 중앙정부와의 협의 조정은 계속 성실하게 이행하겠다”고 했고, 방 차관은 “지자체 특성에 맞는 복지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조정을 통해 제도 설계가 적절히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과의 인터뷰 전문
<이재명 성남시장>
-정부 반대에도 3대 복지정책을 강행하는 이유는?
“성남시장 선거 때 100만 시민들과 한 공약이다. 최대한 세금을 아껴서 최대한 복지를 확대하는 게 의무다. 마구 쓰거나 빚을 내거나 하는 게 아니라면 권장사항이다. 헌법에 국가는 사회복지확대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있다.”
-대상자를 선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청년 중에서도 일정 조건을 정해 지원하는 것이 낫지 않나?
“그 지적(차등을 두는 것)은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건 유럽에서 시행 중인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의미(소득 수익 자산에 관계없이 주는)가 있다. 다음으로 현재는 99대 1의 사회다. 극소수는 너무 많이 가졌고 나머지는 너무 못 가졌다. 이 1% 부분을 가려내는데 전산 작업이나 인력 투입 등으로 인해 예산이 오히려 더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세금을 납부할 때 이미 소득자산에 따라 차등이 있다. 그런데 지출할 때도 차등해야 하는지는 고려해봐야 할 사안이다. 이중차등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청년 지원을 굳이 현금으로 해야 하나, 다른 방법은 고려하지 않았나?
“현금이 아니라 성남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성남사랑상품권이나 전자화폐같은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이거는 술집이나 도박장 등 유해업소나 대형유통점 등에서는 못쓴다.”
-지자체 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나?
“성남시는 이미 타 지역과 차별된 복지정책을 상당히 펼치고 있다. 대략 연 600억 원정도 된다. 시 재정여건을 충분히 검토해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성남시 재정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 다른 생각을 가진 시장이 나올 수도 있다. 그때는 어떻게 하나?
“임기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국가나 다른 지자체나 마찬가지다. 모든 정책에 따라 붙는 위험으로 볼 수 있다. 성남시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나온다.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주민들은 벌써부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데?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 살림을 잘하는 것이 내 의무다.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지방자치다. 이를 통해 상향 평준화를 이뤄야 한다. 다른 지역 걱정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다.”
-성남시 재정이 좋아진 데는 신도시 개발 등 정부 정책의 득을 본 것도 있는 셈이다. 이를 성남지역에만 쓴다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성남시에 있는 우수 기업이나 도시개발을 통한 세입 중에서 이미 정부가 가져간 게 80%고, 나머지 20% 배정된 지방세를 갖고 운영하는 것이다. 이마저 다른 지역에 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90세 이상 노인에게 월 3만 원 주는 장수수당을 지난해 10월 폐지했다. 노인복지는 없애고 청년복지는 늘리는 게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성남시는 소일거리 사업 35억 원, 경로당 운영비 50%인상 등 꾸준히 노인 복지 확대하고 있다. 장수수당은 정부의 폐지 방침도 있었고, 기초연금 받고 있는데 또 주는 것은 이중 수혜이기도 하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성남시가 3대 복지정책을 강행키로 했는데….
“지자체가 새로운 복지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사회보장기본법에 의해 복지부와 미리 협의해야하는데, 성남시의 사업들은 아직 협의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으로 이는 명백히 법령 위반이다. 예산안과 같은 지방의회 의결이 법령에 위반할 경우 광역단체장이 기초단체장에게 재의 요구를 지시하고, 기초단체장이 예산안 재의 요구 지시에 불응하거나 지방의회의 위법한 의결이 다시 있는 경우 대법원에 제소하도록 한 지방자치법 제172조 규정에 따라 관련 절차를 추진하겠다.”
-성남시는 차별을 두지 말고 지원하자는 입장이다. 기왕이면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자는 건 해당 지역 주민들도 원하는 바 일텐데?
“현재 성남시의 재정여건은 위례신도시 등 일시적 세수 증가 때문으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고 보기 어렵다. 지자체장이 지자체가 돈이 많다고 마음대로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성남시는 재정이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지자체가 알아서 해도 되지 않나?
“국민이 낸 세금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준을 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성남시가 재정 여력이 좋다고 무차별적인 지원을 할 경우, 다른 지자체도 주민들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자체에서 무리하게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결과적으로는 국민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성남시는 즉각적인 지원 효과를 위해 현금(상품권)을 지급한다고 한다. 일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금 지원이 불합리한 이유가 있나?
“청년배당은 취업을 하고 있어도 돈을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타당하지 않다. 구직 중인 청년들에게 고용지원을 강화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역량을 먼저 키워주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성남시가 돈이 많다고 ‘헬리콥터 머니’를 뿌리면 타 지자체장은 당선을 위해 따라서 무리하게 복지사업을 벌여 결국에는 재정을 파탄나게 할 수 있다.”
-성남시와 협의해 중간 수준에서 절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나?
“지역특성에 맞는 복지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추후 조정절차를 통해 가장 바람직한 제도설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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