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의 쌍문동 4인방, 여성동아의 호기심에 응답하다

  • 여성동아
  • 입력 2016년 1월 6일 13시 54분


대한민국에서 처음 올림픽이 열리고,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들끓었으며, 끼와 개성으로 무장한 가수가 대거 등장해 대중문화의 풍요로움을 누렸던 1988년. 추억의 저편에서 먼지가 쌓여가던 그 시절을 소환해 화제를 모으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네 친구들의 실제 모습을 알아봤다.

화제를 넘어 돌풍이다.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 치우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는 이미 지상파 방송사의 메인 뉴스를 누른 지 오래고, 시청률 최강자로 꼽히는 주말드라마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이젠 역대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Mnet ‘슈퍼스타K 시즌2’(18.1%, 닐슨코리아)의 아성을 깨고 ‘마의 시청률’로 불리는 시청률 20%를 기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응팔’은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 골목에 모여 사는 이웃들이 겪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는 “가족과 이웃과 친구들이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촌스럽고 따뜻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히며 “가족애, 이웃 사랑, 우정이 모두 살아 있던 때가 1988년”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쌍문동 골목을 주요 배경으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응팔’ 속 쌍문동 골목이 1988년에 실제로 존재했던 모습은 아니다. 신 PD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지금의 한국 사회가 지닌 문제를 ‘1988년의 쌍문동’이라는 시 · 공간을 통해 새삼 돌아보게 한다.

10~20대는 물론 이들의 부모 세대인 40~50대 중 · 장년층까지 ‘응팔’을 보러 TV 앞으로 모여드는 것은 추억에 대한 향수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크기 때문이리라. 극 중 쌍문동 한 골목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음식을 나눠 먹고, 각 가정이 떠안고 있는 아픔과 고통을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훈훈한 정을 쌓아간다. 가족을 넘어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끔 마음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이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시청자 층도 ‘응답하라 1997’이나 ‘응답하라 1994’ 때보다 훨씬 폭넓어졌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재미를 더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주인공의 남편을 막판까지 아리송하게 만들어서다. ‘응팔’에서 역시 성덕선(혜리)의 ‘남편 찾기’가 시청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김정환(류준열), 최택(박보검), 김선우(고경표), 류동룡(이동휘) 등 4명의 후보 가운데 류준열과 박보검 2명으로 윤곽이 좁혀진 가운데 누가 훗날 성덕선의 남편(김주혁)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편 후보에서는 일찌감치 탈락했지만, 다른 두 남자 고경표와 이동휘도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응팔’의 열풍을 주도하는 ‘F4’의 진가가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무뚝뚝한 상남자’ 류준열… 준비된 배우, 스타대열 진입
1986년생/183cm, 70kg/2015년 영화 ‘소셜포비아’로 데뷔

단 2회 출연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극 중 쌍문동 벼락부자 커플, 김성균과 라미란의 둘째 아들 김정환 역을 맡은 류준열(30) 얘기다. 김정환이라는 인물은 그야말로 ‘엄친아’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놀기도 잘 논다. 무엇보다 친구들을 향한 우정이 진하다.

어릴 적 소꿉장난 친구인 덕선에게 어느 순간 이성으로서의 끌림을 느끼면서 그의 남자다운 매력이 터져나온다. 감정을 꾹꾹 누르며 쉽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그의 표정과 눈빛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그에겐 여성들의 로망인 ‘나쁜 남자’의 매력도 엿보인다.

이 덕분에 류준열은 ‘닥치고 혜리 남편’으로 통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일찌감치 그를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그남류’(그래도 남편은 류준열), ‘결남류’(결국 남편은 류준열)로 지칭하고 있다.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꽃미남’ 스타일은 아니지만, 쌍꺼풀이 지지 않은 눈과 뭉툭한 코, 두툼한 입술이 오히려 남성미를 더해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만든다는 것이 애청자들의 평가다.

그렇다면 류준열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주위 사람들의 전언에 따르면 밝고 친화력이 높으며 자상한 편. 운동도 축구, 농구, 볼링 등 못하는 게 없다. 마음씀씀이가 넉넉하고, 어른들에게 깍듯하기로 유명하다. 남을 배려하는 행동이 몸에 배어 있어 칭찬을 달고 산다. 책과 영화 등을 즐겨 보며, 선배 연기자들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패션 감각이 좋다는 말도 곧잘 듣는다. 패션이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즐겨 본다.

류준열은 독립영화계에서도 인정한 예비 스타다. 2015년 3월 개봉해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25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소셜포비아’에서 주연을 맡았다. ‘SNS 살인’이라는 소재를 통해 20대 청춘의 현재를 그려내 호평받았다.

‘지켜주고 싶은’ 박보검… 여자친구에게 충실한 사랑꾼
1993년생/182cm, 65kg/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데뷔

‘이 남자’, 지켜주고 싶다. 소년과 남자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박보검(23)이 연기하는 최택 말이다. 극 중 최택은 바둑계의 돌부처답게 자신의 감정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지만, 사랑을 표현할 때는 거침이 없다. 그의 ‘돌직구’ 고백에 너도나도 빠져든 이유다. 실제 박보검도 “여자친구가 생기면 푹 빠지는 스타일이고, 적당히 서로를 배려할 거리를 두고 만나기 때문에 한번 만나면 오래 가는 편”이라고 한다.

굳이 바둑을 좋아하는 이가 아니더라도 눈치 챘겠지만, 최택은 이창호 9단을 모티프로 한 인물이다. 어리바리하고 숫기 없는 모습이 실제 이창호와 닮았다는 평가다. 6회 방송에서 최택이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중국과 일본 기사를 이기고 5연승을 거둔 에피소드는 이창호가 2005년 제6회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5연승을 차지한 이야기를 그대로 다뤘다. 또 최택의 아버지가 ‘봉황당’이라는 금은방을 운영하는 설정도 실제와 비슷하다. 바둑계에 따르면 이창호의 아버지는 과거 전북 전주시에서 금은방을 운영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박보검은 보다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이창호가 바둑을 둘 때 감정의 동요 없이 바둑판을 보고 있는 모습 등을 배우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이를 근거로 재미있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창호의 아내가 11세 연하이니만큼 최택의 아내는 선우의 동생인 진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어릴 적 꿈이 가수였던 박보검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싸이더스HQ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며 연예계 데뷔를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가수보다 연기자가 잘 맞는다는 주위의 평가에 방향을 선회했다. 이후 2011년 ‘블라인드’로 스크린을 노크해 ‘차형사’ ‘명랑’ ‘차이나타운’ 등의 영화와 ‘내일로 칸타빌레’ ‘너를 기억해’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동안 곱상한 외모 때문에 ‘연기가 외모에 묻힌다’는 말을 듣기도 했던 박보검은 최택 캐릭터를 만나 연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 가진’ 고경표… 누나들의 ‘국민 남동생’ 등극
1990년생/184cm, 72kg/2010년 KBS 드라마 ‘정글피쉬2’로 데뷔

쌍문동 4인방 가운데 ‘누나’들의 마음을 파고든 이는 선우 역을 맡은 고경표(26)다. 쌍문고 전교회장이자 어디서든 품행이 방정한 선우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세 살 연상의 대학생 누나 성보라(류혜영)의 사랑까지 쟁취했다. 극 중 고경표는 남들은 무서워서 슬슬 피하는 ‘보라 누나’를 마냥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또 “어리다”고 무시하는 누나를 묵묵히 기다리면서 사랑의 감정을 때때로 전달한다. 나만 바라보는 ‘등대’ 같은 일관성에 외모도, 성격도 훈훈한 남자에게 빠지지 않을 여자가 있으랴. 여자친구가 된 보라에게 “키스를 해도 되느냐?”고 먼저 의향을 묻고 자신이 좋아하는 안경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아이처럼 기뻐하는 순수함을 보이던 그는,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밤을 격정적인 키스로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어린 줄로만 알았던 그에게서 수컷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순간이었다.

연상연하 커플로 누나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 고경표와 류혜영(25)은 건국대학교 영화과 1년 선후배 사이다. 극 중에서는 첫사랑이 그러하듯 한없이 조심스럽지만, 실제로는 나이차를 무시하고 ‘반말’을 하며 허물없이 지낸다.

고경표의 매력은 무엇보다 자상함에 있다. 극 중 첫사랑인 류혜영이 연인과의 결별, 학생운동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도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 또 열한 살 어린 여동생과 엄마를 세심하게 돌보며 집안의 대들보 노릇을 하는 그를 보노라면 절로 든든해진다는 시청자들의 평가가 쏟아진다.

게다가 184cm의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는 그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한다. 2010년 드라마 ‘정글피쉬2’로 데뷔하며 꽃미남으로 주목받은 그는 ‘프로포즈 대작전’ ‘스탠바이’ ‘이웃집 꽃미남’ ‘내일도 칸타빌레’ 등의 드라마에서도 외모가 돋보이는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또 영화 ‘하이힐’ ‘명량’ ‘차이나타운’ ‘간신’ 등에서 개성 강한 연기를 선보이며 스크린에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의 활동 방향을 달리하고 있는 고경표. 단언컨대 그는 나날이 기대를 모을 배우다.

‘동네 카운슬러’ 이동휘… 뜻밖의 패셔니스타
1985년생/179cm, 67kg/2012년 영화 ‘남쪽으로 튀어’로 데뷔

‘응팔’에서 ‘쌍문동 박남정’으로 통하는 동룡은 일대에서 춤으로는 따라올 자가 없는 경지에 있다. 또한 간단한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 하나도 변변히 외우지 못하지만, 친구들이나 동네 어른들 사이에서는 고민 해결사로 활약 중이다.

선이 굵은 캐릭터가 아님에도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동룡 역을 맡은 이동휘(31)는 실제로는 쌍문동 4인방 가운데 맏형이다. 그럼에도 다른 세 친구보다 더 철딱서니 없는 언행을 서슴지 않으며 익살맞은 표정과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비록 덕선의 남편 후보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곁에 두고 싶은 친구”로 꼽히며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이동휘의 애칭은 ‘도롱뇽’. 극 중 이름이 ‘동룡’인 데다 두꺼운 안경테 넘어 개구리처럼 튀어나온 눈이 도롱뇽을 연상케 해서다. 그만큼 동룡 캐릭터가 친근하다는 얘기다. 어느 누구와 호흡을 맞춰도 완벽한 케미를 보이는 이동휘의 출연 분량이 극 초반에 비해 줄어들자 시청자들은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과 SNS를 이용해 “동룡을 자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2012년 영화 ‘남쪽으로 튀어’의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이동휘는 2014년 ‘패션왕’을 거쳐 2015년 ‘차이나타운’ ‘뷰티인사이드’ ‘베테랑’ 같은 흥행작에 연거푸 출연하며 존재감을 빛냈다. 아직 그를 알아보는 이들은 많지 않지만 스릴러와 코미디, 사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의 성장 가능성에 많은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촬영 현장에서 이동휘와 가장 가깝게 지내는 배우는 류준열. 무명 시절부터 단짝으로 지낸 두 사람은 촬영 중에도 서로 연기에 대한 조언을 해주며 우정을 다지고 있다.

이동휘의 실제 성격은 동룡과 정반대다. 말수도 적고 진지한 편이다. 친구들을 좋아하는 점은 비슷하다. 연기 외에 관심이 많은 부분은 패션과 그림, 사진 등이다. 이동휘는 최근 열린 ‘KOLSA 2015 대한민국 라이프스타일 어워드’ 시상식에서 ‘올해의 베스트 드레서’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특기는 주위 사람을 관찰하고 그 사람만의 포인트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사람의 행동이나 말투 등을 기억해뒀다가 ‘인간 복사기’처럼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한다. 이런 그의 재주를 머잖아 보게 될 듯하다. 이미 각종 예능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에 올라 있는 쌍문동 4인방이니만큼 이들의 개인기가 노출되는 건 이제 시간문제니까.


기획 · 김지영 기자 | 글 · 이정연 스포츠동아 기자 |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tvN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디자인 · 최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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