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갑을 열게 할 2016년 트렌드 키워드

  • 여성동아
  • 입력 2016년 1월 6일 13시 54분


지난 몇 년간 우리를 힘들게 한 경제 빙하기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 그럼에도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것에 열광하고 무언가에 지갑을 열게 될 것이다. 미래학자와 트렌드 전문가, 현장의 기자들이 예언한 2016년의 키워드를소개한다. 과연 누구 말이 맞을까.

집의 재발견
역시 집이 최고라 전해라! 사회가 불안하고 위태로울수록 엄마 품처럼 포근하고 안락한 집을 찾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여기에 더해 요즘엔 SNS를 통해 일상과 생활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좀 더 멋진 라이프스타일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라이프 트렌드 2016’의 저자인 날카로운상상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보통 1인당 GDP가 3만 달러가 되면 건축자재와 생활 소품 수요가 급증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015년 기준 2만 8338달러다. 이에 따라 가구, 조명, 벽지, 침구, 카펫, 소품 등으로 집 안을 꾸미는 홈 퍼니싱도 인기.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성장하던 홈 퍼니싱 시장에 기름을 부은 건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다.

2014년 말 이케아의 한국 진출을 앞두고, 이것이 한국 가구업계에 호재다, 악재다 의견이 분분했다. 결론은? 가구업체 한샘의 주가가 1년 만에 2배 이상 치솟은 것이 답을 대신한다. 이케아 광명점이 오픈하던 2014년 12월 18일 10만5천원이던 한샘 주가는 2015년 12월 18일 23만6천5백원으로 올랐다.

가구 하나, 그릇 한 세트 바꾸려면 큰맘을 먹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홈 퍼니싱에 대한 접근도가 높아졌다.

자주 · 모던하우스 같은 국내 브랜드부터 자라 · H&M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 일본의 무인양품, 영국의 로프, 그 외에도 클릭 하나로 구할 수 있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내가 사는 공간을 좀 더 감각 있게 꾸미고자 하는 이들의 욕구를 자극한다.

있어빌리티
우아하게 생존하라! 장기간 지속된 불황은 통장을 가볍게 만들었지만, 소비를 통해 얻는 쾌락까지는 잠식하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저성장, 취업난, 양극화, 고용 불안 등 고질적 문제가 산재해 있고 은행엔 잔고가 부족해도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즐거움과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소비 방안을 찾아낸다. 원래 갖고 싶었던 브랜드 제품을 백화점에서 구입할 수 없다면, 샘플 세일을 이용하거나 렌털하거나 그도 안 되면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는 식이다.

요즘 특히 각광받는 것이 소분 구매다. 대용량으로 구매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프리미엄 원두, 명품 화장품, 향수, 비타민 등 값비싼 제품을 함께 구매해 필요한 만큼 조금씩 나누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과시하는 능력은 우아한 생존의 필요 조건.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16’은 이러한 트렌드에 ‘있다’와 능력(Ability)을 조합, ‘있어빌리티’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이에 따라 쉽고 빠르게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꿀팁’, 제품을 개봉하는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이를 보는 사람들에게 내용물에 대한 정보와 함께 실제 물건을 구매한 것과 같은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하는 ‘언박싱’ 등이 크게 유행할 전망.

폰 안의 집사
언제든 부르면 달려와 필요한 걸 제공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는 호텔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요즘엔 스마트폰에 깔린 앱이 훌륭한 개인 비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모바일 기기와 모바일 플랫폼 전성시대는 모든 미래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트렌드다. 카카오택시는 목적지를 입력하면 GPS 시스템을 이용해 고객을 찾아와 가고자 하는 곳까지 편안하게 데려다 준다. SK텔레콤이 올 하반기 내놓을 예정인 ‘에고(EGGO)’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개인 비서’가 콘셉트다. 집이나 직장, 마트, 헬스클럽 등 사용자가 자주 가는 장소를 스스로 인식하고, 시간과 날씨 등을 종합해 상황을 60여 개로 분류한 뒤 이에 따라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도 올해 출시할 갤럭시 S7에 음성 명령으로 정보 검색, 사진 촬영, 알람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크게 강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문명이 우리를 얼마나 더 신기하고 편리한 세상으로 안내할지 기대해보자.

미래형 자급자족
환경오염, 믿을 수 없는 식재료, 공동체의 붕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그렇다고 현재 삶의 기반을 포기하고 산 좋고 물 맑은 산골로 들어갈 수는 없는 일.

주어진 환경 안에서 지속 가능한 인간적인 삶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16’은 이런 고민 아래 친환경 생태주의적 삶을 실천하려는 현대인들의 노력이 반영된 트렌드를 ‘미래형 자급자족’이라 칭했다.

도심 속 텃밭 공동체, 도시 농부, 불편함을 감수하고 전자제품이나 화학용품 없이 살아가는 에코 라이프, 전기 · 도시가스· 수돗물 사용량을 줄여 온실가스 감축률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받고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받는 탄소 포인트제(혹은 에코 마일리지 제도) 가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면서 전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폐건물이나 창고를 개조해 레스토랑이나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시도도 계속된다.

당당한 덕후
편의점 포인트가 80만 점인 사람, 악플 달다 마케터로 취직한 사람, 굽는 냄새만으로도 고기 부위를 정확히 맞히는 사람…. 취향 존중 프로그램을 표방한 MBC 예능 프로그램 ‘능력자들’에 출연한 덕후들의 늠름한 면면이다. 애니메이션 덕후인 배우 심형탁은 MBC ‘무한도전’에서 영화 ‘미니언즈’의 이른바 ‘뚜찌빠찌’ 춤으로 ‘뇌순남(뇌가 순수한 남자)’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갖게 됐다. 지질함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덕후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있다. 단순한 마니아를 넘어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6’은 요즘 덕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에 돈, 시간, 체력을 무한정 쏟아부어 전문가적 경지에 오르는 것은 물론, 온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타인과 소통하며 콘텐츠 생산자로까지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 노출 수에 따라 광고 수익을 거두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 상당수는 덕후 출신.

커피 · 립스틱 · 그릇 등 지금 어떤 것에 죽도록 미쳐 있다면 당신도 덕후, 아니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글 · 김명희 기자 | 사진 ·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REX | 참고도서 · 트렌드 코리아 2016(미래의창), 라이프 트렌드 2016(부키) | 디자인 · 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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