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北, 기습 4차 핵실험… 전세계로 ‘증폭된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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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화된 첫 수소폭탄 실험 성공… 핵포기는 없다”
전문가들 “수소폭탄 前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유력”
소형 핵탄두 개발 가속… 비핵화 해법 대전환 필요

북한이 6일 처음으로 소형화된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8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생일을 이틀 앞둔 시점이자 북한이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한 지 3년 만이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TV 특별 중대보도를 통해 발표한 공화국 정부 성명에서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결심에 따라 6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10시 반) 첫 수소탄(수소폭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자체 기술에 100% 의거한 시험을 통해 새롭게 개발된 시험용 수소탄의 기술적 제원이 정확하다는 것을 완전히 확증했으며 소형화된 수소탄의 위력을 과학적으로 해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보유국의 전열에 당당히 올라섰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핵개발 중단이나 핵 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수소폭탄을 수소탄이라고 쓴다.

핵실험 장소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다. 군, 정보 당국과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 옛 소련이 실시한 수소폭탄 실험의 위력이 20∼50Mt(메가톤)인 데 비해 이번에는 3차 핵실험과 비슷한 6∼7kt(킬로톤) 정도에 그쳐 수소폭탄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수소폭탄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소폭탄 전 단계의 핵무기로 수소를 사용해 핵융합을 일으키는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증폭핵분열탄인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수소를 사용한 초기 단계의 핵폭탄 실험을 했다면 수소폭탄 등 핵무기를 소형화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능력까지 갖추겠다는 ‘핵강국 플랜’을 과시한 것이다. 소형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과 맞물려 북핵 위기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한 것.

김정은의 수소폭탄 실험 최종명령서 북한이 6일 수소폭탄 실험 후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수소폭탄 실험 최종명령서. 군수공업부의 ‘수소탄 시험 준비가 끝났음을 보고드립니다’라는 보고 문구 위에 ‘당중앙은 수소탄 시험을 
승인한다. 2016년 1월 6일 단행할 것’이라는 김정은의 3일자 친필 서명이 담겨 있다. 김정은의 필체는 할아버지 김일성을, 
비스듬히 쓰는 것은 아버지 김정일을 따라 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화면 캡처
김정은의 수소폭탄 실험 최종명령서 북한이 6일 수소폭탄 실험 후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수소폭탄 실험 최종명령서. 군수공업부의 ‘수소탄 시험 준비가 끝났음을 보고드립니다’라는 보고 문구 위에 ‘당중앙은 수소탄 시험을 승인한다. 2016년 1월 6일 단행할 것’이라는 김정은의 3일자 친필 서명이 담겨 있다. 김정은의 필체는 할아버지 김일성을, 비스듬히 쓰는 것은 아버지 김정일을 따라 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화면 캡처
북한은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15일 첫 수소탄 시험을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올해 1월 3일에 최종 명령서에 수표(서명)했다”고 했다. 실험은 전격적으로 이뤄졌지만 중국의 압박에 대비해 치밀한 준비를 한 점도 주목된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1년 전부터 핵실험 이후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에 대비해 러시아 싱가포르 이란 시리아 등으로 원유 수입 루트를 다변화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정은의 1일 신년사에 핵이 언급되지 않자 핵실험 가능성이 당분간 낮아졌다고 판단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기만전술에 허를 찔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 러시아와도 협력해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를 전방위로 강화하고 남북 대화와 교류도 대북 제재와 발맞춰 당분간 보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벌써 네 번째 핵실험인 데다 북핵 위기가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 접어든 만큼 비핵화 정책에 근본적인 재검토와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유성옥 원장은 “이번에도 북핵 문제를 어정쩡하게 넘기면 김정은에게 정말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며 “핵개발을 계속하면 체제 종말이 온다는 메시지를 주도록 북핵 해결의 게임체인지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핵#수소폭탄#핵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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