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 제재와 별개로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은 실질적인 군사 위협에 대응할 방안 수립에 착수했다. 다양한 범위의 대북 군사적 조치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미국 첨단 전략무기의 한반도 배치 수순에 돌입했다. B-52 전략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핵잠수함 등이 한반도 영공과 영해에 이른 시일 내에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력들은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지휘부에 대한 정밀타격은 물론이고 유사시 전술 핵타격도 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대남 핵공격을 감행하면 몇백 배의 핵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예년보다 한미 연합훈련을 고강도로 실시하는 방안도 유력하다. 3월부터 시작되는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 때 동해와 서해에 미 핵추진 항모를 배치한 뒤 평양을 목표로 한 대규모 연합상륙훈련이나 북핵 시설 타격훈련을 진행하는 내용이 꼽힌다. 새로 수립된 ‘대북 작전계획(OPLAN) 5015’에 따라 북핵 공격에 대비한 미 핵우산 전력의 작동 절차를 점검하는 훈련도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한일 군사 공조가 어느 정도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위안부 협상 타결로 한일 군사협력의 큰 장애물이 일단 걷혀진 상황이다. 군 당국자는 “일본이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의 조속한 체결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7일 발표한 북 핵실험 공동 대응 방안의 핵심은 미국이 한반도를 방어하기 위해 모든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능력과 수단을 제공하겠다는 대목이다. 확장억제란 동맹국에 대한 핵공격을 미 본토의 핵공격으로 간주하고 대응한다는 의미다.
확장억제 수단에는 핵우산(핵보복 전력)을 비롯해 재래식 타격전력, 미사일방어(MD) 능력 등이 포함된다. 재래식 타격전력은 B-52, B-2 전략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 핵잠수함, 고고도무인정찰기 등이 꼽힌다. 패트리엇 미사일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탄도탄을 요격할 수 있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주한미군에 배치되면 이 능력도 한국에 제공된다. 미국은 북한의 핵공격 유형에 따른 맞춤형 핵우산도 제공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워 최악의 경우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전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