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우외환’에도 청문회·총선에 정신 팔린 경제장관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9일 00시 00분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6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3분기보다 1조2900억 원(17.5%) 줄었고 2014년 4분기 이후 다섯 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수치다. 같은 날 현대자동차의 작년 내수점유율이 39%로 사상 처음 40% 아래로 떨어졌다는 집계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최강자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졌고, 현대차는 국내 소비자의 맹목적 충성을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두 대표 기업의 현실이 이렇다면 다른 기업의 발밑은 살얼음판일 것이다.

한국 코스피는 어제 종일 중국 증시의 ‘널뛰기’ 장세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다. 중국이 그제 밤 서킷브레이커(주가가 급등락할 때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 중단을 발표했지만 중국 경제의 기초체력 저하와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근본 문제는 여전하다. 환율, 주가, 수출에서 중국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한국으로선 통제할 수 없는 난제다.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불안과 신흥국 위기 공포도 넘기 힘든 험산이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의 경제위기 상황에 박근혜 정부의 경제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어제도 기획재정부에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회의가 열렸다. 최경환 부총리가 현직이되 마음은 당과 총선에 간 지 오래고, 수출과 에너지 안보를 챙겨야 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총선 출마 예정 지역구에서 선거조직 매수 의혹에 휘말렸다. 경제팀을 공백 사태로 만들어 놨으니 박 대통령이 아무리 “위기”를 외치며 경제관련 법안 국회 처리를 독려해도 위기감과 진정성이 전해지지 않는 것이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 역시 3일 “박근혜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냈다”는 체감할 수 없는 발표를 했다.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홍보로 보인다. 정부가 청문회에 이어 4월 총선까지 대통령과 정치권만 바라본다면 기업도 국가에 등을 돌릴지 모른다.
#삼성전자#영업이익#현대자동차#코스피#서킷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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