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송구합니다” 장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9일 03시 00분


고미석 논설위원
고미석 논설위원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이었다.” “송구하게 생각한다.” 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도돌이표처럼 반복했던 말이다. 자신의 교육철학을 펼치기보다 부동산 투기 의혹과 자녀의 국적 논란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고 사과하느라 바빴다.

▷이날 청문회는 교육과 복지 등 사회 영역을 총괄하게 될 이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서울대 공대 교수 출신 이 후보자는 본인과 건국대 의대 교수인 아내 명의로 자양동의 고급 주상복합 오피스텔을 포함해 서울에 주거용 부동산 4채를 갖고 있다. 그는 ‘투기 목적 아닌 노후 대비용’이라고 답하면서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월 500만 원 이상 연금을 받는 은퇴교사 부부가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현실에서 교수 부부인 이 후보자의 ‘노후 대비’ 발언은 박탈감을 부채질한다. 연체했던 종합부동산세 271만 원을 청문회에 앞서 부랴부랴 납부한 사실도 씁쓸하다.

▷청문회 단골 메뉴인 자녀의 국적 논란도 빠지지 않았다. 한 야당 의원은 “직계비속이 장녀, 차녀, 외손자, 외손녀 총 넷인데 이 중 장녀만 빼고는 다 미국 국적이거나 이중국적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가 어떻게 서민의 삶을 이해하고 교육으로 부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2007년 이 후보자가 사학연금의 무이자 국고학자금 대출로 미국 국적인 차녀의 학비를 댔다는 사실도 논란이 됐다. 그때 학업을 위해 연 금리 7%가 넘는 대출을 이용한 대학생이라면 울화가 치밀 일이다. 이 후보자는 또 한 번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을 사과했다.

▷어제 국회는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자녀의 미국 국적 취득, 증여세 탈루 의혹 등 도덕성과 청렴성에 부정적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교육의 수장에게 도덕적 권위는 아니라도 보통 사람들의 상식과 염치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였을까. 매번 청문회에서 편법과 특권의식에 젖은 후보자들의 윤리 결핍증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웬만한 흠결 앞에선 무감각해진다. 그래서 더 두렵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이준식#이중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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