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직권상정 가능 항목에… 與 ‘재적 과반 요구할때’ 추가 계획
野 “다수의 힘 휘두를 속셈” 반발
19대 국회를 ‘불량 국회’로 만든 주범인 일명 ‘국회선진화법’이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개정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8일 의원총회에서 “20대 국회의원들에게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만들어주지 않기 위해 (19대 국회가) 선진화법을 결자해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선진화법의 최대 폐해는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려면 과반수가 아닌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반을 확보한 다수당이라 해도 소수당의 ‘결재’가 없으면 어떤 쟁점 법안도 본회의에 올릴 수 없게 된 것이다. 본회의에만 올리면 과반수 찬성으로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
새누리당은 ‘5분의 3 규칙’은 놓아두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직권상정은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교섭단체 대표들의 합의 등 세 가지 경우에만 가능하다. 새누리당은 여기에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이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때’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과반수 규칙’을 되살리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야당이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선진화법 개정에 동의하겠느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선진화법 개정은 다수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를 권리를 손에 쥐여 달라는 억지”라며 즉각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 의장은 1일 국회의 존립 기반인 선거구가 사라지자 ‘입법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를 근거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해달라는 얘기다. 하지만 ‘입법부 비상사태’를 ‘국가 비상사태’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정 의장도 직권상정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묘수’로 떠오른 건 ‘국회법 87조’다. 이 조항에 따르면 위원회에서 폐기된 안건이라도 의원 30명 이상이 요구하면 본회의에 바로 올릴 수 있다. 실제 2010년 6월 세종시 수정법안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그러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친이(친이명박)계 의원 50명은 세종시 수정안을 바로 본회의에 올렸다.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대로 수정안은 결국 부결됐지만 국회법 87조를 활용한 사례다.
하지만 국회법 87조를 활용한다 해도 절차가 간단치 않다. 야당은 국회법에 따라 이견 조정을 위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90일간 법안 처리를 못한다. 90일이 지나 상임위에서 부결된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면 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전략’을 쓸 것이다. 무제한 토론을 종결하려면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다만 무제한 토론을 하다가 회기가 끝나면 무제한 토론도 끝난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해당 안건을 다음 회기 때 표결할 수 있다. 이런 절차를 밟는 데 최소 넉 달가량이 걸린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서둘러 개정안을 11일 발의할 예정이다. 19대 국회의 임기는 5월 29일까지다. 앞으로 남은 142일간 선진화법 개정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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