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국 경제와 관련해 “터널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위기라고 보지 않는다”며 “G2 리스크(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불안)가 우리 경제에 큰 어려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부총리 자격을 검증하는 청문회에서 지금을 심각한 위기라고 단언하기는 힘들겠지만 새해 벽두부터 몰아치는 중동 및 중국발(發) 쇼크를 감안할 때 유 후보자의 시각이 안이해 보인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날 글로벌 경제 상황은 긴박한 경고의 의미로 새길 만했다. 그러나 유 후보자에게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성장 둔화와 디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며 5.3% 하락했다. 이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11.7원 급등해 5년 반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내외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경제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위기 발생 시 한국 외환보유액이 750억 달러 부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북한의 정치 경제적 압박은 갑작스러운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고, 한국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였다.
특히 유 후보자의 현실 인식은 기업의 위기의식과 비교해 큰 괴리가 있다. 국내 30대 기업 전략담당 임원 중 단 한 명도 올 경제 상황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글로벌 침체, 미국 금리 인상, 국내 저성장 등 몰아칠 ‘쓰나미’에 대한 우려가 컸다. 기업은 발을 동동 구르는데 부총리 후보자는 ‘위기가 아니다, 노력하겠다’는 무난한 말만 되풀이했다.
다음 대선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아 유 후보자는 사실상 현 정부의 마지막 경제부총리다. 유 후보자는 구조 개혁과 경기 부양이라는 기존 과제에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위기관리라는 난제를 하나 더 떠안았다. 중국의 경기 불안과 위안화 평가절하 추세를 감안하면 수출을 늘리려고 환율을 높이기도,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환율을 내리기도 힘든 딜레마 상황이다. 기재부가 만들어준 모범답안만으로는 복합 위기의 파도를 넘을 수 없다. 유 후보자는 앞으로 취임하면 현장에 몸을 던져 비상한 대책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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