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기간제법 파견법 근로기준법 고용노동법 산업재해보상보호법) 중 기간제법을 뺀 나머지 4개 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전격 제안했다. 고용노동부조차 예상하지 못한 승부수다. 그동안 야당과 노동계는 5개 법안 중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반대하며 분리 처리를 요구해 왔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스스로 노동개혁의 절박성을 고려하고 결단해서 만든 절충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기간제법은 유보하면서라도 파견법만큼은 꼭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일자리’다. 기간제법은 ‘고용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파견법은 일자리 확대에 중점을 둔 법안이다.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 뿌리산업(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에 파견을 허용해서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고 일자리 기회와 수를 늘려 보자는 취지다.
박 대통령의 절충안은 대내외적인 경제적 악재 속에 선제적인 구조개혁을 위해 노동개혁법안의 처리를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다급한 인식을 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대응이 더 늦어지면 우리 경제는 성장 모멘텀을 영영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 유럽 선진국들은 파견제도 완화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일하고 싶어 하는 국민들을 위해,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절박하게 호소하는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4개 법을 1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 줘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어 “이번에도 통과시켜 주지 않고 계속 방치한다면 국회는 국민을 대신하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개인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국회를 압박하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7개 경제단체와 25개 업종별 단체는 이날 ‘경제 살리기를 위한 국회 역할 촉구를 위한 국민운동 추진본부’를 구성하고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경제계는 “국내 경제가 저성장 고리를 끊고 한 단계 도약하려면 구조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조속한 입법을 통해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회복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 경제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노동계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극심한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 없이 비정규직을 늘리는 법엔 찬성하기 어렵다”며 “흥정하듯이 하나 깎아 줄 테니 하나는 통과시켜 달라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이 최고로 나쁜 법을 가장 먼저 통과시켜 달라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고용부의 노사정 대화 재개를 위한 워크숍 제안을 일축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