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하려 했다. 7·30 재·보궐선거 참패 후 지도부 공백 상태였다. 하지만 이 교수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냈던 점을 문제 삼아 노영민 진성준 등 친노(친노무현)·486 진영 의원 54명이 영입 반대 성명을 냈고, 결국 이 교수 영입은 무산됐다.
새해 들어 탈당이 줄을 잇자 더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김종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전 의원도 새누리당 비대위원과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지냈다. 그런데 이번엔 환영 일색이다.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이 되는 건 상식과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던 최민희 의원은 “우리 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했다. 이 교수 영입을 강력 비판했던 정청래 최고위원도 환영 행렬에 동참했다.
너무 달라진 태도에 대한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문 대표의 최측근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이 교수는 당을 맡는 것이고, 김 전 의원은 선거를 맡는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이날 “당 대표 권한이 선대위원장에게 전체적으로 이양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선거뿐 아니라 당도 김 전 의원이 맡게 되는 셈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차라리 솔직하게 ‘이 교수는 박 의원이 주도해서 반대했고, 김 전 의원은 문 대표가 주도한 거니 괜찮다’고 한다면 이해하겠다”고 꼬집었다.
더민주당이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이야기해 온 ‘도덕성’도 마찬가지다. 누구 편이냐에 따라 들이대는 잣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과거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 혁신위원회는 부패에 연루돼 기소만 돼도 공천에 불이익을 주거나 공천관리위원회가 정밀 심사를 하도록 했다. 공천관리위원회는 김 전 의원이 맡게 될 선대위원장의 관할에 있다. 진영에 따라 달라지는 ‘이중 잣대’를 어떻게 설명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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