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류길재]북핵 해결을 위한 주인의식과 실질적 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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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해결”… 확고한 의지 필요
북핵에 미적지근한 美中 협력 얻기위한 설득도 적극 나서야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전 통일부 장관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전 통일부 장관
병신년 벽두를 김정은 정권은 핵 불장난으로 장식했다. 광복과 분단 71년을 맞으면서 우리 민족이 걸어왔던 비극적 역사를 함께 반성하고, 우리의 아이들을 위한 밝은 미래를 만들자고 약속을 해도 모자라는 판에 이를 걷어차는 행동을 벌였다.

북한 핵문제가 참으로 엄중한 이유는 네 차례의 핵실험으로 핵무기의 경량화·소형화 가능성이 커졌고, 원자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대량살상력을 가진 수소탄을 보유하는 계기를 확보했을 가능성에 가까워졌기 때문이 아니다.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한반도에서 이 무기가 사용되었을 때 민족 전체의 운명이 경각에 달리게 될 것이기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이 문제가 1993년 이래 23년 동안 해결은커녕 더욱더 고질화·만성화됐다는 데 있으며, 그리해서 해결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밝혔듯이 지금은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이 뼈아프게 느낄 수 있는 실효적인 제재 조치를 취해” 나가도록 노력하면서, 한미 연합 방위력을 강화해 추가적인 도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 나가야 한다. 핵 도발 국면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호하고도 강력한 안보적 대응과 외교적 협력이다. 그러나 지난 세 차례의 핵실험을 보면 도발과 제재 국면이 지나도 북한의 핵개발은 지속되었고, 중국이 동참하지 않는 한 대북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마침내 또 다른 핵실험을 마주해야 했다. 이번에도 역시 그러한 현상이 반복되지 않을까. 그리고 앞으로 북이 핵폭탄을 터뜨리는 그 시간까지 이러한 반복이 계속되지 않을까.

우리와 국제사회에 던져진 과제는 북의 억지 논리를 깨고,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시키는 실질적이고도 창의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것이다. 가용한 모든 수단을 추려내고, 전략을 수립하며, 국제공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첫째, 북핵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고 해서 패배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해결이 가능하며,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그리고 해결을 이끌 주체는 바로 대한민국임을 되새겨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적은 패배의식이고, 견지해야 할 덕목은 주인의식과 냉정함이다.

둘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명분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 압박과 유인을 창의적으로 혼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에서의 논의도 중요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해 각국 정부가 승인하는 ‘트랙 투’의 논의 틀이 이뤄지게 되면 보다 실효성 있는 방략이 만들어질 수 있다.

셋째, 미중의 협력을 얻기 위한 조치를 함께 취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북한 핵실험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금년이 대선의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북핵문제에 대해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미국이 대화에 나서야 북한도 움직인다. “핵 없는 세상”이 오바마의 유산이 되기 위해 적어도 임기 내에 6자회담이 가동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핵실험 직후 한중 관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쌓인 한중 신뢰 관계는 작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신뢰를 활용하여 대북 압박 공조 못지않게 북한의 개방을 위한 공조를 취하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우리도 그에 참여함으로써 필요할 때 중국이 자연스럽게 북한을 제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 핵문제에도 불구하고 통일에 대한 염원과 의지가 축소돼서는 안 된다. 북한 문제의 종국적 해결은 통일이다. 최근 북한 경제는 장마당에 의존하다시피 꾸려져 가고 있다. 북한 내에도 다양한 이익의 분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제권력이 공고하게 구축된 북한에서 단시간 내에 다원적 요소가 장착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지만, 경제 영역의 변화는 정치사상 영역의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내부의 변화가 촉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언젠가는 우리가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와 통일을 이룰 수 있다. 눈앞의 전투보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전 통일부 장관
#통일#북한 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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