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對中외교]한-중 관계 현주소
北 외교관 출신 고영환 국가안보硏 부원장이 말하는 北-中관계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영환 부원장은 18일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식료품 통관 검색을 강화하는 제재를 시행한 것만으로도 평양의 식료품 물가가 3배로 치솟았다”고 밝혔다. 중국이 실시하는 대북 제재의 위력을 중국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북 제재의 수위 조절에 고심한다는 설명이다. 고 부원장은 “중국은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이 무너져 아수라장이 되는 걸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실험에 아프게 벌을 줘야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인 정권 붕괴는 막아야 한다는 중국의 딜레마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고 부원장은 북한 외교관으로는 처음으로 1991년 망명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24년간 북한 연구라는 한 우물을 판 끝에 이달 1일 부원장에 올랐다. 그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이다. ―중국의 대북 제재가 그토록 위력이 큰가.
“중국이 통관 검색을 강화하는 제재만 해도 북한 시장이 요동을 쳤다. 북한에서 통용되는 물자의 80∼90%가 중국산(産)이다. 중국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자를 막으면 어떻게 되겠나. 수개월 안에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될 것이다. 중국 내 학자들은 ‘우리(중국)가 제대로 한 방 치면 (북한) 넘어간다. 우리가 가진 무기의 위력이 너무 크다. 북한이 넘어지면 어떻게 할 건가. 무정부 사태가 벌어지면 우리도 당신들도 감당할 수 없다. 더 정교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국이 강한 대북 제재에 나설까.
“중국 안에서 ‘김정은을 안고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 핵실험 장소인 길주, 핵 시설이 있는 영변이 중국에서 가깝다. 핵 사고가 일어나면 한국보다 중국에 더 타격을 준다고 걱정한다. 핵실험 때문에 백두산 화산이 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북한에 매우 화가 나 있다.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지만 자산 가치는 낮아지고 전략적 부담은 커졌다는 얘기가 많다. 중국이 통관 검색을 강화하고 중국 내 불법 계좌를 틀어막으며 동북 3성의 북한 사이버 전사들을 추방하면 북한이 매우 아파할 것이다.”
―북한을 무너뜨릴 정도로?
“중국은 누가 하라고 해서 (제재)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핵실험의) 위험을 알기 때문에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북한을 아프게 하되 넘어뜨리지는 말자’, 이것이 중국의 대북 제재 원칙이다. 한미일이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중국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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