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對中외교]한-중 관계 현주소
한국 통화 요청에 中 묵묵부답… 한중 군사교류 한계 드러내
지난해 12월 말 한국과 중국 국방장관 간 직통전화(핫라인)가 개통되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한중 군사교류의 새 전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주일 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한국 측은 여러 차례 직통전화를 요청했지만 중국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군 당국자는 “중국이 통화 내용과 시간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끝내 답신은 오지 않았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중 국방정책실무회의에서 중국 측은 “(중국) 국방부가 북핵 문제로 타국과 통화한 적은 없다”고 했다. 앞으로도 북핵 문제로 ‘핫라인’을 가동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나타낸 것이다.
정작 필요한 한반도 위기 시 불통이 된 직통전화가 한중 군사외교의 현주소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교 24년간 양국 군 당국이 펼쳐온 군사교류 활동의 근본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과 6·25전쟁에서 전사한 중국군 유해의 송환 등 한국의 각별한 성의 표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두둔하거나 눈감는 행태를 보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국이 ‘형제국(북한)’과의 명분은 지키면서 한국에선 실리만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한중 군사교류가 아무리 활발해도 ‘북중혈맹’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초중고교 역사 교과서는 여전히 6·25전쟁 참전을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 한미일 대북 군사공조가 강화될수록 한중 군사관계는 역주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 3각 공조를 대중봉쇄(對中封鎖)로 보는 중국이 한국과 거리를 두고 ‘북한 끌어안기’에 더 매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한국에 배치될 경우 중국은 양국 관계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가 자국 안보와 국익에 반한다고 경고해온 중국이 군사교류 전면 중단이나 특정 품목의 수출입 금지 등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한미일 대 북중’ 대결구도를 깨뜨리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령 한국이 미국의 양해를 얻어 한미 연합 군사연습에 중국군을 참관시키는 등 보다 과감하고 실질적인 군사협력 조치를 주도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미중, 한중 간 군사적 신뢰 구축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한쪽이 손해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지역 안보와 국익을 위한 공동 과제로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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