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맞고 자란 친부… “애는 때려야” 자녀관 왜곡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9일 03시 00분


프로파일러가 분석한 ‘초등생 아들 시신훼손’ 아버지

초등생 아들(사망 당시 7세)의 시신을 훼손해 냉동 보관했던 아버지 최모 씨(34)와 어머니 한모 씨(34)가 어린 시절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 씨 부부는 시신을 3년 넘게 보관했던 이유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졌다”고 진술했다.

경기 부천원미경찰서는 18일 경찰청과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 2명이 최 씨 부부를 각각 조사한 결과 최 씨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친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많이 당해 다친 적도 있지만 병원에 간 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들이 숨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무책임한 주장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아들인 최 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헤어진 뒤 줄곧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이런 환경 탓에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폭력에 자주 노출됐다. 또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과도한 부담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 씨 역시 부모와 함께 살았지만 “부모의 방임과 무관심 속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의 불우한 성장과정이 그릇된 자녀관을 갖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자신이 체벌을 당한 것처럼 자녀를 때리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경찰은 최 씨의 아들 최 군이 상당히 어렸을 때부터 폭력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최 군이 예전에도 부친의 폭행으로 의심되는 상해를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은 기록을 확보했다.

최 씨 부부는 가족 친구 등과 철저히 단절된 생활을 했다. 최 씨는 결혼 후 가족이나 친척, 지인들과 연락은 물론이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 시신이 발견된 인천 계양구에 사는 최 씨 지인도 10년 만에 만난 것이다. 한 씨 역시 인근에 친정집이 있었지만 왕래가 적었다. 최 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으며 한 씨가 벌어오는 수입이 거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라 가정형편도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경찰은 이 부부가 지나치게 서로에게 집착하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 씨가 2012년 11월 아들이 숨진 후 남편에게 자수를 권했을 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데 “한 씨가 혼자 있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커 남편이 떠나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분석했다. 최 씨 역시 14일 경찰 조사를 받는 한 씨에게 인터넷에서 찾은 ‘경찰 체포 시 대응 요령’을 휴대전화 메시지로 보냈다. 아들이 죽었을 때도 숨기고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했던 부부였다.

경찰은 최 씨 부부의 진술에 모순점이 많다고 보고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현재 폭행 치사 혐의로 구속 수감된 최 씨와 한 씨에 대해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구호 조치 등을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경찰은 최 군의 여동생 최모 양(9)에 대한 학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였지만 학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동생의 심리 상태를 우려하고 있다. 정운선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교수는 “오빠처럼 나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오랫동안 시달렸을 것”이라며 “또 ‘나만 살아남았다’ ‘내가 도와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양은 현재 아동보호기관에 머물고 있으며 18일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최 씨 부부에게 ‘친권행사정지 결정’을 내렸다.

부천=김호경 whalefisher@donga.com / 유원모 기자
#자녀관#프로파일러#시신훼손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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