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찾은 서울 강남구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 A 씨(33)는 “최근까지 수도권의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일하면서 정원의 2배에 가까운 아이를 관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일손이 달려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는 얘기다.
경찰의 통보를 받고 학대아동 보호·치료 업무를 실제로 진행하는 전국의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현재 55곳이다. 이곳에서 피해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격리해 비밀리에 보호하는 학대피해아동쉼터 37곳을 운영하는데 정원이 각 7명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수용인원이 약 250명밖에 안된다. 2014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아동 학대 사례가 1만 명이 넘고 14명이 사망했지만 학대 받는 아동이 갈 곳이 없는 셈이다.
경찰과 함께 학대피해 아동 조사와 치료 사업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학대아동 보호의 중심이다. 잇따르는 아동학대 사건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방치하고 굶기고 때리는 식의 학대가 계속 이어지다가 결국 ‘끔직한 일’이 빚어진다. 학대 초기에 발견해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장의 아동학대 관련 기관에서는 인원 및 시설적인 한계와 법적인 문제로 ‘격리’와 같은 대응을 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공조하는 경찰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담당자는 “아동학대는 기본적으로 가정 안에서의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고 눈에 보이는 피해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격리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아동학대 사례가 신고까지 됐는데도 제대로 초기 개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의 출발점이 된다. 이번 부천 초등학생 시신훼손 사건처럼 극단적인 사례도 부모가 처음부터 아이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때리고 굶기는 등의 일을 반복하다 벌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소속 신수경 변호사는 “아동학대 상황에서 부모와 아이가 ‘분리’돼야만 아이가 진술하고 보호될 상황이 마련될 수 있는데 지금은 부모가 거부하면 개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모의 친권이 절대시되는 문화 속에서 현장에서는 아이를 숨기고 진술서도 제대로 못 내게 하는 부모를 맞닥뜨리기도 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받는 아이를 부모로부터 떼놓은 다음에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마련하고 적극적인 격리로 문제를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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