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의화 국회의장, 대권 욕심에 ‘선진화법 수술’ 뭉갤 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1일 00시 00분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불리는 국회법 일부 조항의 개정안이 내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현행 선진화법 아래선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려면 재적의원이나 상임위 의석의 5분의 3이 동의해야 한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도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할 때’의 세 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야당이 반대하면 어떤 법안도 본회의에 올릴 수 없다. 개정안은 ‘5분의 3’ 조항은 그대로 두되 직권상정 요건에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때’를 추가했다. 과반수가 동의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다수결 원칙을 되살리겠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은 18일 운영위원회를 단독으로 열어 이 개정안을 부결 처리했다. 그래야 ‘상임위에서 부결된 법안도 3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요구하면 해당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한다’는 국회법 87조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꼼수라는 말이 나오지만 여당이 오죽하면 이런 꼼수까지 동원했을까 싶은 게 시중 여론이다. 역대 최악 국회의 ‘입법 갑질’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지금 하늘을 찌를 정도다.

선진화법은 ‘야당 결재법’이자 19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든 주범이다. ‘법안 연계 거래’라는 악습까지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선진화법은 헌법이 규정한 다수결의 원칙에 위배되는 반(反)입헌민주주의적 요소를 안고 있다. 야당도 예산안 처리 때 선진화법의 예산안 자동 부의 조항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만큼 정상적인 절차에 협조해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이제 공은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넘어갔다. 부의된 법안을 안건으로 선택해 표결에 부치는 것은 국회의장의 권한이다. 앞서 정 의장은 새누리당의 개정안 직권상정 요구를 현행 국회법상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해왔다.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을 표결에 부치는 건 직권상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 국회법을 방패막이로 삼아온 정 의장이 어떻게 나올지 볼 일이다.

일각에선 정 의장이 ‘야심’ 때문에 선진화법과 경제살리기 법안 등의 직권상정을 거부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운 의회주의자’ 이미지를 굳혀 대통령선거에 도전한다는 시나리오다. 새누리당에선 2004년 당내 지역화합특위위원장을 맡았던 부산 출신의 정 의장이 이번 총선에서 여당 불모지인 광주에 출마해 대선 도전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란 설이 무성하다. 정 의장은 지난해 신동아 9월호 인터뷰에서 “하늘의 뜻이라면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심이 곧 ‘하늘의 뜻’(천심)이다. 정 의장은 먼저 선진화법에 부글부글 끓는 민심부터 알았으면 한다.
#정의화#국회선진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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