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남북 교류는 하되 북한 주민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자신들이 당하는 고통이나 못사는 것이 북한 정권의 왜곡된 자원 배분과 정책 추진 때문이라는 걸 북한 주민들이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통일·외교·국방 업무보고에서 “단순히 물품을 주는 대북 지원은 안 된다. 모든 지원에 국제 기준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북한 정권을 겨냥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은 남북 대화보다 대북 제재를 통한 압박의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언제든 국민의 신변 안전이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사전에 조치를 잘 취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신변 안전을 이유로 철수할 카드로 쓰겠다는 것.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업무보고 뒤 브리핑에서 “몇 차례의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에 개성공단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서도 “개성공단이 어떻게 될지는 제재 국면에서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남북 관계 재정립’을 모토로 내세우면서 ‘선(先)제재 후(後)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박 대통령이 이전까지 강조해온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 경원선 남북 철도 연결 등 협력 사업은 거론되지 않았다. 이산가족 문제 전면 생사 확인도 남북 회담을 할 상황이 아니라며 일단 보류했다.
홍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5·24 조치를 제재 조치로 확고히 견지하고 이행하겠다”고 보고했다. “남북 대화를 통해 5·24 조치를 풀겠다”던 태도에서 완전히 바뀐 것.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산이 중국산으로 바뀌어 들어오는 것 등 5·24 조치의 구멍을 다 틀어막겠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북핵 및 평화문제 담당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남북 회담에서도 비핵화 문제를 적극 제기하겠다고 보고했다. TF는 실·국장급을 팀장으로 5명 정도의 팀원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대화가 재개되면 북핵 해결과 남북 군사긴장 완화 등 평화 정착 문제를 북한에 적극 제기해 안보와 협력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동아일보가 1일자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시리즈에서 제시한 ‘북핵 문제를 포함한 정치군사 분야 불안 해소를 통한 평화의 축이 교류협력의 축과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간 교류협력이 남북 대화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비핵화·안보 문제와 교류협력이 균형을 이루는 대화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에서 한국 측이 북핵 해결을 거론하자마자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 22일 통일부가 판문점 채널로 4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국회 결의문을 전달하려는 것도 거부했다. 한국과의 핵문제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을 어떻게 끌어낼지 하루빨리 실질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위기의 마지막 글자는 기회의 첫 글자이듯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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