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콩 ELS’ 개미들 손해봐도 증권사는 괜찮다는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5일 00시 00분


중국발(發) 쇼크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토대로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LS는 발행 후 3년 정도인 만기 때까지 기초자산인 지수가 판매 시점과 비교해 40∼60%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은행금리+α’의 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이다. 원금비보장형 증권사 간판상품이지만 시중은행 창구에선 “목돈 넣을 계획이면 ELS가 안전하다”는 식으로 ‘특정금전신탁’이라는 껍데기를 씌워 고위험상품인 ‘ELS 자금몰이’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중반 ‘H지수가 폭락하지만 않으면 6∼7%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금융회사 말만 믿고 ELS에 가입한 개미들은 작년 5월 15,000 선이던 H지수가 최근 7,000 선대로 반 토막 나면서 원금 손실 위험에 패닉 상태다.

증권사들은 코스피200이나 유로스톡스50지수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수를 기초로 해서 ELS를 만들 수 있었지만 ‘중국 열풍’에 편승해 H지수를 주로 활용했다. 지난해 H지수를 기초로 한 ELS 발행액은 46조 원으로 전체 ELS 발행액(77조 원)의 60%에 이른다. H지수 ELS 덩치가 커진 만큼 중국이 출렁일 때마다 한국 금융시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ELS는 2003년 출시 당시부터 불완전판매 논란을 잉태하고 있었다. ELS 쇼크에 빠진 사람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들었다”는 것을 보면 불완전판매 소지가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법원이 동양그룹 기업어음(CP) 피해자들의 소송에서 법원이 불완전판매를 일부 인정했고, 2014년 초에는 저축은행 후순위채 투자자들이 낸 소송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왔지만 한국 금융은 달라지지 않았다.

ELS는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상품이다. 투자 책임도 투자자가 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ELS 손실은 개별 회사 차원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복합 리스크 속에서 점검해야 한다. 홍콩발 유탄에 개미들이 신음하는데도 “증권사의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당국의 대응방식은 너무 안이하다.
#홍콩#els#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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