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어제 중국 방문을 앞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6자회담 틀 내에서 5자 간 긴밀한 공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5자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창의적인 협조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할 필요성을 밝힌 데 대해 미국도 호응한 것이지만 ‘6자회담 틀’을 언급한 데서 미묘한 차이가 드러난다. 6자회담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박 대통령과 달리 미국으로선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을 깰 의향이 없다는 의미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박 대통령의 5자회담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검토 발언에 대해 열흘 사이 두 번이나 반대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이 관련국들과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대북 구상을 말하고, 즉각 거부당하는 모습은 보기 민망하다. 대통령 발언이 나온 22일 밤 청와대가 “6자회담 틀 내 5자 공조 강화를 통해 최대한 대북 압박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수위 조절에 나선 것도 중국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5자회담은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도 논의했다 중국의 반대로 접은 바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5자회담을 창의적인 해법인 양 인식하게 만든 외교안보팀의 보좌는 문제가 있다.
북의 4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정은을 감싸는 중국에 대해 박 대통령이 강한 제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중이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김정은에게 그릇된 신호만 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란 핵협상 타결로 이란에 대한 제재가 풀리자마자 23일 외국 정상으로선 처음 테헤란을 방문해 현재 520억 달러의 교역 규모를 10년 내 11배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란 핵문제 초기에는 중국도 자국 이해에 매몰돼 이란을 충분히 압박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이 집권한 해인 2013년 9월 제네바 협상 때부터는 이란 중수로를 불능화하는 데 적극 관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작년 7월 이란 핵협상 타결 후 시 주석과 통화하며 고마움을 전한 것도 그래서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현격히 줄이는 방식으로 이란 제재에 기여한 것처럼 대북(對北) 제재에 나선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은 가능하다.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모든 기업과 금융기관에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이끌어냈듯이, 이를 북한에 적용하는 데도 중국 협조가 절대적이다. 중국이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로서 과거와 차별화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에 동참한다면 북한도 이란처럼 바뀔지 모른다. 정부가 북한을 제외한 5개 국가가 대북 제재와 북핵 해결에 동일한 태도를 갖도록 만드는 것이 5자회담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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