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무릎 꿇고 사죄하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도쿄서 외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7일 03시 00분


이옥선-강일출 할머니 증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왼쪽)가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말 타결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비판하고 있다.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오른쪽)도 이날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왼쪽)가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말 타결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비판하고 있다.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오른쪽)도 이날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피해자는 물러서게 해놓고 돈 몇 푼에 입을 막으려 해? 절대로 안 되지. 너무 분하다. 왜 이렇게 잘못된 합의를 했는지 알고 싶어 왔다.”(이옥선 할머니·90세)

“고생한 우리를 빼놓은 채 합의를 할 수 있는가. 일본 정부는 우리가 죽기만 기다린다. 일본 국민은 잘못 없어. 아베가 무릎 꿇고 사죄해!”(강일출 할머니·89세)

26일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정부의 합의를 규탄하고, 70여 년 전 고통스러운 과거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두 할머니는 열여섯 나이에 울산과 경북 상주에서 각각 끌려가 중국에서 위안부 생활을 했다. 광복 후 중국에 살다 1999년과 2000년에 영구 귀국했다.

부산이 고향인 이 할머니는 “돈이 없어 학교도 못 갔다.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할 때 심부름 갔다가 돌아오는데 남자 둘이 앞뒤로 서더니 아무 말 없이 팔을 한 쪽씩 붙잡고 끌고 갔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위안부는 사람도 아니었다. 매일 맞고, 찢기고, 피를 흘렸다. 도망가니 건방지다고 다리를 칼로 찍었다.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남아 있다”며 팔을 걷어 상처를 보였다. 이어 “우리가 말하는 게 진짜 증언인데 일본 정부는 거짓말이라 한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며 절규했다.

강 할머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판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우리를 보러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왜 국민들에게 미루나. 일본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 왜 아베가 나서서 사죄하지 않느냐”라고 소리쳤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완강했다.

“누구도 손 못 댄다. 왜 소녀상을 탓하고 외국에도 못 만들게 하느냐.”(이 할머니)

“우리를 죽여 놓을지, 소녀상을 없앨지 둘 중 하나로 말하라.”(강 할머니)

할머니들과 함께 일본을 방문한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소녀상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 국회의원을 통해 아베 총리 면담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 후 할머니들은 같은 건물에서 300여 명의 일본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당시 경험을 증언했다. 이 할머니는 “하루 24시간 40∼50명을 어떻게 접대하겠는가. 거절하면 죽였다. 위안소가 아니라 사람 잡는 도살장, 사형장이었다”고 했다. 강 할머니는 “강제로 끌려가면서 맞은 흔적”이라며 모자를 벗고 머리에 난 흉터를 보였다. 또 “우리가 바보인가. 오늘 정부에서 아무도 안 왔다. 너무한 것 아니냐”며 “사죄를 하려면 똑바로 해야 한다. 이번 사죄는 무효”라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쓰루오카 히로코(鶴岡紘子·38) 씨는 “증언을 들으면서 피해자 동의 없이 합의한 양국 정부에 분노했다”며 “과거를 제대로 알아야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아베#위안부#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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