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非朴에 ‘살아오라’는 김무성, ‘권력자’ 비난하며 따라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일 00시 00분


본란은 어제 ‘진박(眞朴) 마케팅’을 박근혜 대통령이 중단시키라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 바로 그젯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대부분 친(親)김무성,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의원 50여 명과 만찬을 하며 세(勢)를 결집했다.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이 소집한 자리에서 김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살아 돌아오라’고 격려했다. 참석자들은 서로의 지역구를 불러주며 “파이팅”을 외쳤다.

친박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지난달 30일 진박 하춘수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가서 TK(대구경북) 현역의원들을 질타한 데 이어 어제는 곽상도 예비후보 개소식에서 “억울해하기 전에 반성부터 하라”고 연타를 날렸다. 이에 당 대표란 사람은 사실상 계파 단합대회 성격의 모임으로 응수한 것이 현 정권 실세들의 민낯이자 한국 정치의 수준이다.

김 대표는 “10여 명이 가볍게 하는 저녁 자리인 줄 알았다”면서 “비박계만의 자리는 아니었으며 ‘박 대통령의 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참석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4월 총선을 위해 뛰는 선수들이다. 진박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진박 마케팅을 두고 “그만큼 정치 수준이 낮다”고 비판했던 김 대표가 사실상 ‘비박 마케팅’을 벌이다니 어이가 없다. 더구나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제의 전도사이자 심판위원장이나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정치 신인이 불리한 마당에 현역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면 어느 신인이 납득할 수 있겠나. 야당의 ‘먹튀’를 막겠다며 선거구 획정을 노동개혁 등 쟁점법안과 연계하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이다.

‘살아 돌아오라’는 김 대표의 메시지는 ‘친박 학살’이었다는 2008년 4·9총선 공천의 데자뷔다. 당시 친이(친이명박)계가 주도한 공천에 박근혜 의원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낙천 친박계에 “살아 돌아오라”고 했다. ‘권력자’ 운운하며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운 김 대표가 같은 말을 한 것을 보면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그제 김 대표에게 찬 바다에 가장 먼저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의 자세로 험지 출마할 것을 요구했다. 총선을 앞두고 분열을 막아야 할 대표가 자신은 안전한 지역구(부산 영도)를 차고 앉아 계파를 챙기는 당에 미래는 없다. 내일은 총선 D―70. 공천 때만 되면 친이 친박 비박으로 갈려 싸움질하는 여당은 당장 먹고살기 팍팍한 국민들의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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