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초 5만여대 감축 계획… “택시 수요 늘어 기준 조정 필요”
의원들 총선 앞두고 증차 압박
정부가 전국 택시의 약 20%인 5만여 대를 줄이려던 택시 구조조정 계획을 2년도 안 돼 수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택시 감차 기간을 최장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린 데 이어 이번에 감차 규모까지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택시 증차(增車) 민원’에 택시 구조조정이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일 “택시의 (적정) 총량을 산정하는 기준을 올해 수정하기로 하고 관련 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겼다”며 “지역에 따라 택시의 적정 총량이 현재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2014년 지역별로 영업 중인 택시의 비율, 택시 수요 등으로 구성한 총량 산정 기준을 발표했다. 지자체들은 지난해 이 공식에 따라 줄여야 할 택시 대수를 조사했고 2019년까지 5년간 자율적으로 감차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택시의 적정 총량에 대한 기준이 바뀌면 당초 계획보다 택시를 덜 줄이는 지역이 나올 수 있다.
국토부는 택시 수요가 늘어난 지역은 택시 총량을 늘려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애초에 허술한 정책을 내놨다가 문제가 생기니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이를 바꾸고 있다고 지적한다. 택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애초에 불가능한 정책을 만들었다가 감차 기간과 규모를 수정하며 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압박에 정부가 구조조정 강도를 낮추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연구기관의 교통전문가는 “택시 총량 기준을 수정하면 택시 감차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택시업계의 표를 의식해 자기 지역구 택시를 늘려 달라는 국회의원들의 압박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경기 용인을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최정호 국토부 차관 등을 만나 “작년에 실시된 택시 총량조사는 최근 용인의 택시 수요 증가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총량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용인시도 “신분당선 연장선이 생겨 택시 수요가 늘었다”며 국토부에 총량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택시의 감차 규모를 2년도 안 돼 다시 손질하면 어렵게 마련한 택시업계 구조조정 계획이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지난해 택시 감차 기간도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해 지자체들이 감차를 늦출 수 있는 명분을 줬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해 택시 300대를 줄이려 했지만 택시업계가 재원이 부족하다며 반대해 계획이 무산됐다. 감차 시범지역인 대전시도 지난해 54대의 택시만 줄였을 뿐이다. 당초 목표인 167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택시가 과잉 공급돼 택시운전사들의 소득이 낮으니 난폭운전 등으로 서비스의 질도 안 좋은 것”이라며 “정부가 택시정책의 오류를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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