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일 국제해사기구(IMO)에 인공위성 운반 로켓 발사 계획을 통보하면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북한은 2012년 12월 쏴 올린 은하 3호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이 있다고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일 생일(16일) 전후 발사 유력
북한이 IMO에 발사 기간으로 제시한 시기는 8∼25일. 이 기간의 주요 일정으로는 한국의 설 연휴(6∼10일)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16일·광명성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미정)이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대 명절로 꼽는 김 위원장의 생일 하루 이틀 전후로 발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아버지의 업적을 찬양하고 내부 결속을 노리는 ‘축포’를 쏴 올릴 개연성이 많다는 얘기다. 북한이 쏴 올릴 위성 명칭이 광명성이라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북한 조선말 사전에는 광명성을 ‘밝게 빛나는 별’,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를 높이 우러러 형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돼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움직임 등 정치적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내부에서 정한 일정에 따라 발사 순서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미사일 추진체를 조립해 발사대에 세운 뒤 기상 여건과 발사 각도 등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최적 시점을 골라 ‘발사 단추’를 누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09년(4월)과 2012년(4월, 1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에는 예고 기간의 첫날에서 하루나 이틀 뒤 발사 버튼을 눌렀다.
○ 2012년 12월 발사 때와 낙하 및 비행궤도 유사
북한이 IMO에 통보한 발사 계획을 분석한 결과 2012년 12월 은하 3호 발사 때와 비행 궤도나 추진체의 낙하 지점이 거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1단 추진체는 서해 홍도 서쪽 바다에, 2단 추진체는 필리핀 동쪽 해상에 각각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3단 위성보호덮개(페어링)는 우리 영공을 통과하지는 않고, 제주 서쪽 해상에 낙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발사할 ‘위성(광명성)의 운반 로켓’이 은하 3호급 ICBM일 가능성을 강력 시사한 것이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1단과 2단 로켓(추진체)의 낙하 예상 위치로 볼 때 지구 궤도를 수직으로 도는 태양동기궤도에 위성을 올려놓을 걸로 예상된다”며 “2012년 위성 발사 때와 유사한 성능의 로켓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추진체와 페어링의 낙하지점 면적이 2012년 때보다 조금 늘어난 점을 볼 때 사거리가 더 늘어난 은하 3호 개량형일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4년 전 은하 3호에 탑재한 위성을 ‘광명성 3호 2호기’라고 불렀다. 이번에는 ‘광명성 3호 3호기’라고 부를 것으로 보인다. 관측위성이 제 기능을 하려면 최소 무게가 500kg은 돼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이보다 작은 100kg 안팎의 초보적 수준의 실험위성을 쏴 올릴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2월 은하 3호에 실어 쏴 올린 광명성 3호도 무게가 100kg에 불과했다.
북한은 1998년 8월 대포동 1호부터 2012년 12월 은하 3호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중 다섯 차례는 ‘광명성 1∼3호’를 지구 궤도에 올리기 위한 평화적 우주 개발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광명성 위성이 지구 궤도에 진입한 사실이 확인된 사례는 2012년 12월 은하 3호 발사 때가 유일하다.
정부 관계자는 “핵탄두의 무게가 500kg∼1t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2012년 12월과 비교해 탑재 위성의 무게를 얼마나 늘렸는가가 이번 발사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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