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경선의 두 번째 관문인 9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앞두고 이곳은 눈폭풍이 몰아치는 혹한에도 후보들 간 날선 공방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8일 오후 맨체스터의 버라이즌 아레나 유세장에 나타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70)는 시작부터 막말 공세를 퍼부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을 “겁쟁이”라고 불렀고, 무서운 기세로 쫓아오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5)에 대해선 “6일 공화당 TV 토론에서 개처럼 땀을 흘리고 있더라”고 말했다.
막말은 또 다른 막말을 낳았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63)가 트럼프를 “루저”라고 공격하자 트럼프는 “부시 가문의 창피”라고 되받아쳤다. 루비오는 경륜 부족 사실이 경쟁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한때 그의 멘토였던 부시는 “대본만 읽는 이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고,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54)는 “조명을 받으면 빛나거나 녹거나 하는데 루비오는 녹아버렸다”고 비아냥댔다.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대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과 박빙의 승부(49.8% 대 49.6%)를 치른 버니 샌더스(75)는 여유가 만만했다. 맨체스터 팰리스극장 유세에서 “클린턴이 나를 급진적이라고 공격하지만 유일하게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바로 나밖에 없다”고 클린턴을 공격했다. 클린턴은 뉴햄프셔에서 크게 앞서는 샌더스와 박빙의 승부를 벌인 뒤 강세인 다음 경선 지역(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대세론에 시동을 건다는 복안이다. 이날 맨체스터 커뮤니티칼리지에서 가진 유세에서는 “샌더스는 부자 증세를 내세우며 월가를 공격하지만 월가의 한 기업으로부터 2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며 그를 위선자라고 비난했다.
프라이머리는 코커스와 달리 당원이 아닌 일반인도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선 초기 민심을 읽는 바로미터로 통한다. 8일 현재 7개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샌더스(53.9%)와 트럼프(30.7%)가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반면 ‘워싱턴 주류’ 클린턴(40.7%)과 루비오(14.4%)는 막판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공화당에선 루비오와 함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13.0%), 크루즈(12.4%), 부시(11.3%) 간 2위 다툼도 치열하다.
역대 미 대선에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1위를 하지 않고 백악관행 티켓을 거머쥔 사람은 2명(빌 클린턴, 조지 W 부시)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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