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북한이 개성공단 남측 인력 추방 및 자산 동결 조치를 내리자 입주 기업인들은 쫓기듯 개성공단을 떠나 남으로 내려왔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발표에 수습 계획을 세우던 입주기업들은 하루 만에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기업들은 정부가 충분한 보상 조치를 내놓지 않을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하루 종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는 개성공단에서 물건을 싣고 복귀하는 차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10일 정부 발표 후 업체당 1명 정도만 추가로 개성에 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쌓여 있는 제품과 원자재를 다 싣고 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대부분 기업들이 앞으로 며칠간 차를 보내 남은 물건을 실어올 계획이었지만 오후 5시경 북한이 추방 조치를 내리면서 이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오후 9시 50분쯤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마지막으로 입경한 인력들은 모두 ‘빈손’이었다. 김현수 씨는 “급하게 오느라 옷도 다 못 챙겨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성공단기업협회 긴급이사회를 개최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정부가 기업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12일 오전 열릴 비상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번 주 안에 124개 입주기업별 피해 상황을 추산할 계획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에스엔지 대표)은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 적법하지 않은 ‘행정력의 남용’에 해당한다”며 “개성공단에 우리 민족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 갖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에서 고생을 감수해 왔는데 정부가 우리를 너무 홀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실질적 피해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다면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긴급이사회에 참석한 봉제업체 대표 A 씨는 “여름 상품들을 납기일에 맞춰 생산해서 완제품들을 개성공단에 쌓아놨는데 섬유의 실오라기 하나도 못 가지고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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