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안북도 영변군 핵시설 단지 인근에 1년 반 전 남한의 비행장과 도시를 기습 공격 대상으로 상정한 대규모 군사훈련 시설을 건설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이 핵전력 개발과 동시에 특수전 병력을 앞세운 대남 기습 타격 능력 배양에도 역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핵과 미사일 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를 예상해 3년 치 군량미를 비축해 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 서울 추정 시가전 훈련시설 건설
북한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인 커티스 멜빈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SAIS) 연구원은 10일(현지 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영변군 구산리에 들어선 군사훈련 시설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이 시설은 2014년 9월부터 한 달 만에 지어진 것으로 김정은 집권 이후 건설된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 시설로 평가된다.
시설은 3개 훈련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첫째 구역(사진A)엔 한국군의 것을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전투기와 탱크, 트럭 등이 있다. 남측 군사기지 습격 훈련 구역으로 추정된다. 둘째 구역(B)은 포사격 훈련도 할 수 있는 종합사격장이다. 비무장지대(DMZ) 남쪽 지역에 건설된 탱크 차단 시설물을 닮은 듯한 시설물도 보인다. DMZ 돌파 공격 훈련용으로 짐작된다. 셋째 구역(C)은 다양한 건물과 위성 안테나 등이 건설돼 있다. 멜빈 연구원은 이 구역이 서울의 특정 장소 침투를 염두에 두고 건설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영변군과 이웃한 평북 태천군에는 남측 후방 교란 임무를 맡은 특수전 부대 장교들을 양성하는 최현군관학교가 있다. 최현은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부친이다.
또 인근 평북 정주군엔 425기계화군단이, 평남 덕천시엔 북한 최정예 특수전 부대인 11군단(과거 특수8군단)이 주둔해 있다. 이번에 공개된 훈련 시설은 11군단과 기계화군단의 종합 훈련시설로 추정된다.
북한이 남침을 가정한 군사 훈련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김정은이 후계자 시절인 2010년 1월 직접 탱크를 운전했던 류경수 105탱크사단 훈련장에도 ‘중앙고속도로 춘천∼부산 374km’라는 표기가 적혀 있었다.
○ 제재에 대비한 식량 비축 지시
RFA는 “김정은이 이미 지난해부터 국제사회의 제재를 예상하고 3년 치 군량미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11일 보도했다. 방송은 중국에 나온 평양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김정은이 수시로 지시 이행 사항을 점검하는 바람에 농민들이 착취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북한에서 군량미를 확보하는 길은 결국 농민을 쥐어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김정은이 약속한 분조 관리제(생산 주체를 분조로 나누고 국가에 바치고 남은 작물을 분조원이 나눠 갖도록 함)의 분배 원칙을 해마다 지키지 못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인 2013년 봄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에 현대전은 단 며칠이면 끝이 난다”는 논리를 펴며 비축하고 있던 군량미 상당 부분을 춘궁기 배급으로 풀었다. 김정은은 이로 인해 텅텅 빈 군량미 창고를 지난해 다시 채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올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평양의 한 소식통은 “군량미 확보 지시에 간부들이나 눈치 빠른 사람들은 김정은이 큰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번에 밝혀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국이 금년에는 통일대전(大戰)이 있을 것이라는 강연도 하고 있다”며 “그래서 그런지 올 들어 신체검사를 받는 신병들을 ‘통일병사’라 부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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