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핵을 포기할 때까지 초강력 제재를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박 대통령 집권 후 3년은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더라도 남북관계를 개선하면 김정은이 핵 포기를 선택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조에서 대북정책이 집행됐다. 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이 기조를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12일 “기존 방식으로는 김정은의 핵 야망을 꺾을 수 없다”며 “김정은이 상상하지 못했던 가장 강력한 전방위 제재 카드를 오래 지속해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북핵 문제 ‘망각의 3개월’ 넘어야”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3차례 핵실험에서 처음 몇 개월간 제재한다고 했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핵 문제 해결 의지를 망각한 채 무늬만 화해협력 분위기로 갔던 전례를 더이상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패턴이 되풀이되다 보니 북한이 “몇 달 버티면 국제사회가 유화책으로 돌아선다”는 인식으로 ‘마이웨이’에 나서게 만들었다는 문제의식을 내비친 것.
실제로 2006년 10월 1차, 2009년 5월 2차,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때도 어김없이 평균 3개월 만에 유화 국면으로 돌아섰다. 대화가 핵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은 채 핵능력만 고도화했다.
이번에는 ‘망각의 3개월’을 넘어 북한이 핵 포기를 결심할 때까지 강력한 제재를 지속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복안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으니 이란처럼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교관 전 통일부 장관정책보좌관은 “우리가 북핵 해결을 위해 먼저 살을 내주고 뼈를 끊는 전략을 취하지 않고 미국과 중국에 북핵 해결에 목숨 걸라고 할 수 없다”며 “우리가 주인이 돼 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남북관계의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 국제기구 통한 지원까지 보류한 이유는
정부가 모자보건 사업 등 북한 영유아·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까지 일단 보류하기로 한 것은 인도적 협력을 구실로 한 북한의 유화책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야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금은 정부의 강력한 제재 의지를 보일 때라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등을 제안하면 정부가 은근슬쩍 받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까지 국제기구에 지원한 돈 가운데 국제기구가 아직 사업에 쓰지 않은 돈까지 회수하지는 못하겠지만 더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 금지까지 언급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현재 방북을 금지하고 있어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靑 “군사적 긴장도 각오” 한다지만…
북한의 군사·사이버 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청와대는 “군사적 긴장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1차 핵실험 때부터 군사적 긴장을 각오했어야 했는데 늦었다. 이번에도 물러서면 북한이 핵을 미사일에 탑재해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사적 긴장 고조가 계속되면 국민의 피로감이 높아져 남남(南南)갈등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도 이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북한이 국지전 발발 분위기를 조성할 때 우리 내부에서 ‘전쟁 나는 것 아니냐,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개성공단 입주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설명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