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학교 안보낸 엄마, ‘교육적 방임’ 첫 구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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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독촉 도피… 딸, 한글도 몰라
12세 큰딸 실종… 학대사망 의심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고 유기하는 끔찍한 범죄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두 딸을 오랫동안 학교에 보내지 않고 실종 후에도 방치한 40대 어머니가 구속됐다.

경남 고성경찰서는 작은딸(9)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지 않는 등 교육의무를 소홀히 하고 큰딸(12)을 유기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박모 씨(42)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적극적인 폭행, 학대가 아니라 특별한 이유 없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교육적 방임’만으로는 통상 구속되지 않았지만 박 씨는 ‘(아동)유기’ 혐의가 함께 적용돼 구속되는 국내 첫 사례가 됐다. 경찰은 실종된 박 씨의 큰딸의 행방을 찾고 있지만 숨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 씨의 자녀 학대는 장기 결석 아동 전수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경남도교육청과 경남지방경찰청의 장기 결석 및 미취학 아동 조사에 두 딸이 포함되면서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빚 문제 등으로 남편과 갈등을 빚은 박 씨는 2009년 두 딸을 데리고 집을 나와 경기 용인시의 친구 집 등을 전전하며 살았다. 남편은 2010년 강제 이혼을 신청하고 딸들의 주소지를 본가인 경남 고성군으로 옮긴 뒤 딸들을 찾아다녔지만 박 씨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고 피해 다니는 바람에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큰딸을 잃어버렸지만 신고도 하지 않았다.

경남경찰청과 고성경찰서 합동추적팀은 지난달 드러난 부천 초등학생 폭행 사망 및 시신훼손 사건 이후 교육적 방임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끝에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시의 한 주류공장 숙직실에서 박 씨와 작은딸을 찾아냈다. 경찰은 “당시 작은딸은 한글을 제대로 모를 뿐 아니라 또래에 비해 지적 수준도 낮은 편이었다”고 전했다. 박 씨는 지난달 20일부터 이 공장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경찰은 작은딸을 경남의 한 아동보호기관에 맡겼다.

경찰은 박 씨가 진술 과정에서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큰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2009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잃어버렸다”, “종교시설에 갔다”, “공원에서 버렸다”, “○○○에 유기했다”는 등 10여 차례 말을 바꿨다. 경찰은 박 씨가 딸을 유기했다고 한 장소를 수색했으나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박 씨가 큰딸의 실종신고를 하지 않은 데다 2011년 말 이후 병원 진료 기록 등에 큰딸의 행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목격자도 없는 점으로 미뤄 아동학대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15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고성=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아동#학대#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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