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위원장직을 그만두더라도 저는 다시 창업에 나설 겁니다. 스타트업 기업을 키우고 청년들과 호흡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 있는데 다른 어떤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해 12월 장관급인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3기 수장으로 취임한 박용호 청년위원장(53)은 ‘창업 전도사’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을 맡아 500개가 넘는 창업 팀의 멘토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국내 청년 정책을 총괄하는 청년위원장을 겸임하게 됐다. 청년위원장은 창업 확대를 넘어 청년의 일자리 확충과 복지, 주거 등 청년 문제를 총괄해야 하는 자리다. 창업 전문가의 청년위원장 취임 일성(一聲)은 명확했다. 박 위원장은 “언제 어디서든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신 ‘샤우팅’해 주는 게 내 일”이라며 “청년들이 하는 모든 이야기를 종합해 의견을 제시하고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이달 초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청년위원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청년위원장 취임 50일이 지났다. 소감과 각오는….
“그동안 하던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업무와 병행하고 있다. 청년위원장은 비상근 무보수 직위다. 체감상 창조경제혁신센터 업무와 60∼70% 정도 비슷하다. 청년위 업무는 복지와 주거, 취업, 창업 등 청년의 모든 문제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더욱 광범위하다. 개인적으로 임기 중 청년들의 도전 정신과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박 위원장은 대기업에 입사해 근무하다 다시 창업에 나선 이력을 갖고 있다. 1987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직후 LG종합기술원에 입사했다. 1999년 안정된 대기업 연구원 자리를 버리고 시스템통합(SI) 기업인 지엔씨텔링크를 설립해 12년 동안 운영했다. 그가 청년들의 도전 정신 고취에 관심을 가진 이유 중 하나다.
―대기업에 취업했다가 창업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청년들에게 창업의 매력을 설명해 준다면….
“대기업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 그때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한마디로 ‘심심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가 아니라 기업과 조직이 관리해 준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창업에 나서 전 세계 기업의 시스템 프로그램 개발을 맡았다. 남극과 북극,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대륙을 방문했다. 청년들과 함께 밤을 새워 프로그램 만들고 다음 날 비행기에 제품을 실어 해외 기업에 설치하고 계약금을 받는 일이다.”
―지도했던 창업팀 중 기억에 남는 청년을 소개해 달라.
“MCN 레페리라는 기업을 만든 최인석이라는 청년이 기억난다. 최근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한국 화장품을 사용해 보고 체험기를 올리는 채널이 늘고 있다.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개인 활동을 하는 이른바 ‘크리에이터’ 100여 명을 모아 직접 교육하고, ‘뷰티 한류(韓流)’에 공헌하는 회사를 차렸다. 지금 회사 가치가 70억∼80억 원에 이르는데, 이는 직장 생활을 해서 쉽게 만들 수 없는 가치다.”
박 위원장은 “한국인들에게는 예전 소 팔고 논 팔아 돈을 마련해 사업을 했다 망하는 ‘창업 실패의 트라우마’가 있다”며 “지금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창업하는 청년들은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투자까지 받고 있으니 더 많은 청년들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창업 외에 고질적인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올해 전국을 돌며 청년과 지역 강소기업을 연결하는 설명회를 열 것이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성장하는 강소기업이 곳곳에 많지만 청년들이 가지 않는다. 그런 기업들을 알려 청년들에게 생각보다 일자리의 문이 넓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또 해외 취업 지원 정책인 ‘K무브’를 통해 해외 취업 늘리기에도 나설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청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법안 통과에 노력할 것이다.”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선 대학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최근에 들은 얘기다. 한 대학 졸업반 학생이 진로 상담을 받으러 가서 ‘이번에 토익을 치는 게 옳은 결정일까요’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자신의 진로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교육이 없으니 대학 졸업반이 되어서도 영어시험 응시 여부조차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교육부와 협의해 대학 1, 2학년에 진로교육과 적성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취업과 창업을 등산에 비유했다. 그는 “등산을 하면 오르내림이 있듯이 인생에도 굴곡이 있다”며 “올라가는 고통스러움만 생각하지 말고 즐기면서 가다 보면 목표 지점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 광화문 청년위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고, 내 개인 페이스북(www.facebook.com/young.yhpark)에 청년들이 메시지를 남기면 언제든지 응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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