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고위급 전략회의를 열고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더라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협의는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 북한에 대해서는 당분간 대화 노력 없이 압박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압박과 대화 병행’이라는 대북 정책 기조가 압박 중심으로 전환될 것임을 의미한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정부 고위 당국자는 18일(현지 시간)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사드 배치에 대해 “안보와 국익의 관점에서 필요성이 판단 기준이며, 다른 문제와 연계되거나 조건이 걸려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중국이 안보리 대북 제재 논의와 사드 문제를 연계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사드는 우리의 안보상 필요하기 때문에 협의하는 것이지 서로 주고받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의 반발이 뻔한 상황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깨면서까지 ‘사드 배치 계속 추진’ 방침을 밝힌 것은 사드 배치가 이제 상수(常數)가 됐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드 배치가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중국을 참여시키기 위한 지렛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한미는 물론이고) 미중 간에도 다양한 계기로 사드 배치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사드 배치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음을 시사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선 “한미 양국이 지금까지 압박과 대화의 두 축으로 끌어왔다면 (이제는) 압박에 중점을 두고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생각과 셈법을 바꾸려면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해 북한이 (핵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병진 노선 등) 현재의 정책을 계속하는 한 얻을 게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는 게 한미 양국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을 제안한 데 대해선 “지금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노력에 힘을 기울일 때이지 대화를 이야기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잘라 말했다.
한미 양국은 이를 위해 일단 강력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도출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미중 간의 안보리 대북 제재 논의에 대해 이 당국자는 “과거보다는 강력한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은 17일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진짜 이빨이 있는(with real teeth), 강력한 결의안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이르면 이달 내, 늦어도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3월 말까지는 가시적인 제재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은 안보리 제재가 채택된 뒤 양자 차원의 독자 대북 제재를 추가할지를 판단할 계획이다. 대북 제재를 ‘선(先)안보리 제재, 후(後)독자 제재’라는 흐름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안보리 제재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독자 제재를 병행할 경우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해 오히려 강도 높은 안보리 제재 마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첫 전략협의를 개최한 한미 양국은 수개월 뒤 2차 협의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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