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을 하며 유리지갑에 한숨지어 본 월급쟁이들은 ‘증세(增稅)’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를 친다. 세금을 왜 이렇게 많이 내나 싶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경제 규모에 비해 한국은 세금을 덜 걷는 편이다. 복지 확대로 재정지출은 늘어나는데, 국민들의 세(稅) 부담은 오히려 줄고 있어 증세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납세자의 반발이 두려워 어떤 정부도 섣불리 증세를 꺼내지 못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인 셈이다.
2014년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17.8%로 2년 연속 하락했다. 조세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에서 국세와 지방세 등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조세부담률이 최저 수준이다. 2012년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은 24.7%였다. 미국은 18.9%, 영국은 28.4%, 덴마크는 무려 47.1%였다.
조세부담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재정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복지 예산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2006년 56조 원에 불과했던 복지 예산은 올해 123조 원까지 급증했다. 여기에 통일까지 대비하려면 재정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방법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세수도 늘어나지만, 최근 대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
결국 인위적인 증세가 남는다. 정부와 여야는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증세를 할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전 한국조세연구원장)는 “정부의 재정 적자를 해소하고 재정이 부담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려면 조세부담률을 반드시 올려야 한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법인세로 증세 물꼬를 트고 소득세와 술, 담배, 환경오염 등에 대한 교정과세 순으로 세금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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