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job談]직무능력 채용, 문과생에겐 또다른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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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

김정현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4학년
김정현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4학년
필자는 문과생이다. 예전엔 문과생이라 하면 “전공이 뭐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제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 “취업하기 힘들겠네.”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뜻의 ‘문송합니다’라는 말까지 나오는 게 현실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내놓은 2014년 대졸자 계열별 취업률을 보면 인문계 취업률이 57.3%, 사회계가 63.9%로 전체 평균(67%)을 밑돌았다. 반면 공학계(73.1%)와 의약계(80.8%)는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실제 주변을 봐도 “공대에 지원할 걸”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문과생이 많다.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문과생 친구들은 공대생들이 속된 말로 ‘취업 깡패’(취업시장에서 압도적인 세력을 과시한다는 속어)로 변한 모습을 목격하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직무능력’ 위주로 채용을 한다는 기업이 늘며 문과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10개 그룹이 일반 채용전형과 별도로 스펙을 보지 않는 ‘스펙 타파’ 채용전형을 시작했다. 스펙 대신 프레젠테이션(PT)이나 공모전 등을 통해 파악한 지원자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채용의 핵심 기준으로 삼겠다는 기업도 늘었다.

학교, 학점, 어학 점수 등은 물론이고 전공까지 보지 않고 직무능력을 기준으로만 열린 채용을 한다고 하니 문과생들이 주목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주변 문과생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심드렁하다. 일부에선 전공 무관이라는 채용 조건이 오히려 채용의 문을 더 미어터지게 만드는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 기존의 스펙에 더해 입사를 위해 준비할 목록만 추가돼 더 힘들 것 같다는 불만도 나온다.

직무능력까지 준비해야 하느냐는 걱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오히려 문과생에게 유리한 기회가 보인다고 생각한다. 전공을 기입하는 순간 차별 아닌 차별을 당하는 문과생 입장에선 어찌 됐든 직무능력을 기준으로 채용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환영할 만한 변화이니 말이다. 새로운 변화를 두고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두려워하기보단 기회를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해 말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채용경향 변화 분석 및 이를 활용한 취업진로 지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직무역량을 중심으로 채용을 하는 기업들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직무역량은 단순히 직무경험 등 직무에 대한 경력이나 전문성보다는 직무에 대한 이해도 및 발전 가능성에 가깝다고 한다. 문과생이라도 자신의 가치관이나 성향, 성격 등을 분석하고 목표 직무를 설정해 준비하면 채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방자치단체나 교육기관 등에서 무료로 해주는 직무수행능력 종합평가 등은 자신의 직무 성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턴십을 하더라도 직무와 연계된 분야로 하면 취업문을 뚫는 강력한 ‘한 방’을 얻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기주도적인 준비 과정에서 직무역량의 기본이 다져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과생들의 이러한 노력이 빛을 보려면 당연히 기업들이 흔들리지 않고 직무능력 채용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취업 준비생들의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은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 졸업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문과생들의 출구가 막히면 사회의 동력도 마비된다. 기업은 직무능력 및 인·적성에 기준을 둔 열린 채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문과생들은 열린 마음으로 그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려야 한다. 그래야 문과라서 죄송한 청년들의 얼굴에서 그늘이 사라질 것이다.

김정현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4학년
#채용#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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