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당초 “1시반 본회의 직권상정 처리”
정작 개의 머뭇… 필리버스터 허용
이상민 위원장, 법사위 안 열어… 전날 여야대표 합의 무시하기도
23일 국회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여야 협상의 최대 쟁점인 테러방지법을 놓고 여당과 야당, 정의화 국회의장 모두 상대의 패를 읽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서막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의 ‘몽니’였다. 모든 법안의 관문을 틀어쥔 이 위원장은 북한인권법을 이날 처리하고, 선거구 획정 기준과 테러방지법 협상을 계속 벌이기로 한 전날 여야 지도부 간 약속을 단번에 걷어찼다. “획정 기준 처리도 못하면서 법안 운운은 너무나 한가하다”며 법사위를 열지 않겠다고 한 것.
새누리당은 이 위원장의 ‘월권’에 부글부글 끓었다. 전날 심야 회동에서 “이상민은 내게 맡기라”는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말만 믿었다가 밤새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소속 의원들에게 “야당의 약속 파기와 비협조로 단독국회가 열릴 수 있다”며 ‘국회 대기’를 주문했다. 단독국회도 불사하겠다는 태세였다.
국회에 긴장이 고조되며 오전 9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종인 대표 간 전격 회동이 성사됐다. 김 대표는 20여 분 만에 “경제·민생 법안의 연계 처리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며 선거구 획정 기준 타결을 알렸다.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는 26일까지 협상을 더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야 극한 대립의 뇌관은 오전 11시경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선언과 함께 터졌다. 정 의장은 테러방지법의 심사기일을 ‘오후 1시 반’으로 지정하고 본회의 처리를 결정했다. 새누리당은 바로 국회 정보위원회를 소집해 테러방지법 처리 절차에 돌입했다. “협상 시간을 벌었다”며 한숨을 돌리던 야당도 비상이 걸렸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후 3시 본회의장으로 일제히 진입했다. 원내지도부는 “의장이 ‘정족수를 채워야 본회의를 열겠다’고 했다”며 ‘표 단속’에 나섰다. 정 의장은 오후 4시경 여야 원내지도부를 불러 마지막으로 합의를 종용했다. 그 사이 더민주당은 표결을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본회의장에서 이 소식을 접한 새누리당은 허를 찔린 표정이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시간 다 끌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원내지도부를 성토했다. 정 의장을 설득해 재빨리 표결 절차를 밟아야 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직권상정 하겠다던 정 의장도 야당이 입장할 때까지 본회의 개의를 미루다 유례없는 릴레이 필리버스터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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