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2년간 산업 구조조정과 구조 개혁에 ‘다걸기’ 하라. 그래야만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25일로 박근혜 정부 출범 3주년을 맞는 가운데 전직 경제 수장과 전문가들은 앞으로 2년간 한국 경제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같은 조언을 내놨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4일 전직 경제 수장 및 경제 전문가 10명에게 향후 정부가 추진해야 할 과제를 물어본 결과, 6명은 산업 구조조정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년간 단기 부양 측면에서는 여러 노력을 했지만 구조조정에서 제대로 된 개혁이 진행되지 않아 아쉽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구조조정에 매진해 향후 성장의 밑거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기업 구조조정을 첫 번째 과제로 주문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경제가 처한 현재의 위기 상황이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위기 때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자금 수혈과 확장적 재정 정책 등 단기 대책으로 위기 진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경제 주력 산업들의 노후화 징후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산업 구조 개편, 노동 개혁 등 구조 개혁의 지연으로 잠재성장률 하락이 우려된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노동 환경 때문”이라며 “노동 개혁과 산업 구조조정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기 침체, 저유가 등의 장기화로 수출이 당분간 살아나기 어려운 만큼 지금은 향후 3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구조 개혁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안팎의 고언이다.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은 오히려 현 정부가 2년간 정책을 추진할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단기 대책은 할 만큼 했기 때문에 구조 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도 “정부 내부에서 저성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하다”며 “노동 개혁 등은 법을 고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정부가 힘 있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업 구조조정과 구조 개혁은 정부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게 전직 경제 수장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새로운 일자리는 새로운 산업에서 나온다. 신산업을 일으켜 민간의 투자와 수출을 살려야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서비스 산업 발전의 물꼬를 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4년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서비스업 등 신산업 분야의 발전과 투자는 기업에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관련 법을 제정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는 통합과 법치주의 확립에 주력해 국론 분열을 막고 경제 체질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공권력의 엄정성을 확립하는 것”이라며 “검경의 엄정한 법 집행, 법원의 엄정한 판결과 함께 청와대의 엄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안보 불안이 지속되면 돈도 사람도 한국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며 “대북 리스크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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