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더불어민주당발(發) ‘물갈이’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더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24일 ‘하위 20%’에 포함된 10명에게 공천 배제를 통보하면서다. 총선을 한 달 보름 남짓 남기고 더민주당에서 시작된 태풍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살아남은 더민주당 의원들은 예고된 ‘2차 공습’ 때문에 웃지 못하고 있고,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현역 의원들도 곧 닥칠 태풍에 떨고 있다.
○ ‘올드 친노’ 인사 대거 배제
이날 통보 명단에는 친노(친노무현)·중진 의원이 유독 많았다. 10명 중 6명이 범친노 진영으로 분류된다. 또 지역구 의원 중에는 전정희, 송호창 의원 등 초선 의원 두 명만 포함됐을 뿐 모두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로 채워졌다.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두 차례나 맡았던 문희상 의원은 친노 진영의 원로 격이고, 노영민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주요 현안을 상의한다”고 할 정도로 친노의 핵심이다. 유인태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무수석을 지냈다. 신계륜 의원은 김근태계로 분류되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비례대표 컷오프 대상자인 김현, 임수경 의원도 친노로 분류된다.
반면 송 의원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1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민주당을 탈당해 안 의원을 지원했을 정도로 안 의원과 가깝고, 전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 의원은 “전 의원은 공천의 핵심 기구인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이기도 해 대상자가 아닐 것으로 예상됐다”고 했다.
당사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유 의원은 통보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다 저의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백군기 의원도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정희, 김현 의원 등은 거세게 반발했다.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공관위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어 곧바로 이의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도 “이의 신청을 하고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들은 향후 행보를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의 신청은 평가 점수 합산이 잘못 됐는지 확인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 문재인의 혁신안, ‘친노’ 치고 ‘친문’ 살렸다?
이날 결과를 놓고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의 혁신안이 되레 친노를 덮쳤다”는 말이 나왔다. ‘하위 20% 컷오프’는 문 전 대표가 당 대표직까지 걸고 관철시켰던 혁신안의 핵심이다. 사실상 평가의 칼자루를 휘두른 조은 선출직평가위원장도 문 전 대표가 임명했다.
공관위 관계자는 “세부 평가 방법도 조 위원장이 이끄는 평가위가 결정했고, 공관위는 평가위가 합산까지 마친 자료만 열어본 것뿐”이라며 “당사자 통보 외에는 공관위가 관여한 것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번 컷오프가 김종인 대표의 작품이 아니라 문 전 대표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평가위는 의정 활동 및 공약 이행(35%), 선거 기여도(10%), 지역 활동(10%), 의원 다면평가(10%), 여론조사(35%) 등 5개 항목으로 평가했다. 당 관계자는 “진성준 의원 등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대부분 살아남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평가에서 문 전 대표와의 친분이 개입될 여지는 전혀 없다”고 했다.
○ 김종인, 컷오프 결과에 ‘묵묵부답’
김 대표는 통보 방법 등을 전적으로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위임했다고 한다. 김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대상자 통보 뒤에도 김 대표는 명단을 보고받지 않고 반응도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김 대표 측은 이날 공관위의 통보 전 일부 컷오프 대상자 명단이 유출된 사실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날 오전부터 ‘예상 컷오프 대상자 리스트’가 당내에 유포됐고, 대부분 실제 대상자와 일치했다. 또 의정 활동과 지역구 관리 모두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일부 중진 의원이 살아남은 것에 대해서도 김 대표 측은 의문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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