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컷오프’(공천배제) 대상 현역 의원 10명의 명단을 선제적으로 발표하자 새누리당 의원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신들에게도 곧 ‘물갈이 쓰나미’가 몰아닥칠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 정체불명의 살생부가 나돌면서 진위 확인 소동마저 벌어지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24일 더민주당의 컷오프 발표에 “거기는 좀 무식하게 대놓고 싹둑 잘라버린 것이고 우리는 하나하나 솎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관위는 26일 권역별 면접을 마치는 대로 본격적으로 자격심사에 들어가 경선 배제 대상을 가려낼 예정이다.
본격적인 게임을 앞두고 김무성 대표와 이 위원장 간의 긴장지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정치적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모두발언을 거른 채 마이크를 바로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넘겼다. 이 위원장과의 갈등이 표면화된 직후인 18일부터 자신이 주재한 세 차례의 당 회의에서 침묵 모드를 보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가 모두발언을 생략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김 대표의 침묵은 이 위원장 등 친박(친박근혜)계에 대한 ‘경고성 시위’다. 김 대표는 공개발언을 삼갔지만 이날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한 뒤에는 “공관위가 작업 속도를 내야 한다”며 “또다시 ‘공천 룰’에 어긋나는 결정을 하면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고강도 심사’를 앞세운 이 위원장의 ‘현역 의원 솎아내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아울러 친박계의 프레임(구도)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계속 불거질 경우 김 대표가 주장하는 ‘공천 개혁’이 자칫 ‘현역 기득권 지키기’로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부적격 심사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자격심사 기준에 대해선 애매한 발언만 내놓고 있다. ‘저성과자’ ‘비인기자’ ‘양반집 도련님’ ‘월급쟁이 의원’ 등 부적격자에 대한 각종 표현을 쏟아냈지만 이를 구체화한 세부 기준은 일주일 넘게 내놓지 않았다.
공천 신청자들은 김 대표와 이 위원장의 계속된 갈등 속에 구체적인 ‘채점 기준’도 공개되지 않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한 예비후보는 “지역에서 계속 명함을 돌려야 할지, 아니면 중앙으로 올라가 뭐라도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면접을 마친 공천 신청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김 대표실을 기웃거리거나 현역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이 위원장 주위로 몰려가 살갑게 말을 건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편 25일로 예정된 이 위원장의 김 대표 공천 면접은 미뤄지게 됐다. 김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가 선거구 합구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선거구 획정 이후 면접을 치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