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 오늘은 평창 겨울올림픽이 폐막하는 날이다. 2년도 남지 않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요즘 한창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다. 정선 가리왕산에 새로 만든 스키장에서 이달 초 개최한 스키 월드컵을 시작으로 스노보드 월드컵 등 올림픽에 대비한 테스트 대회가 이어지고 있다.
정선에서 열린 스키 월드컵을 지켜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구닐라 린드베리 조정위원장은 “스포츠에서 100점을 주기가 어렵지만 100점을 주고 싶다”고 극찬했다. 이전에도 린드베리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IOC 프로젝트 리뷰’ 때마다 평창 올림픽의 준비 상황에 만족하고 대회 성공을 확신한다는 평가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린드베리 위원장의 말과 달리 녹록지만은 않다. 린드베리 위원장이 극찬한 스키 월드컵이 열린 정선 스키장은 선수들이 경기를 한 코스를 제외한 모든 곳이 지금도 공사 중이다. 경기장 관중석까지 가려면 공사 중인 비포장 산길을 20분 이상 걸어 올라가야만 한다. 강릉에 들어설 빙상 경기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사를 마칠 때까지 투입될 예산 또한 여전히 막대하다.
린드베리 위원장을 포함한 IOC 집행부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IOC는 평창 올림픽 개최를 걱정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IOC는 평창 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리기만 하면 된다. 중계권료를 포함한 대회 수익금은 이미 챙겼고, 대회 준비를 위해 조직위원회 등이 진 빚은 IOC와는 상관없기 때문이다. 1년 전 불쑥 튀어나왔던 IOC의 대회 분산 개최 제안도 같은 맥락이다. 대회 개막 때까지 경기장을 짓지 못해 평창 올림픽이 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올림픽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미국과 옛 소련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동구권 국가 간의 자존심 대결 구도가 사라진 데다 올림픽 메달을 위해 국적을 바꾼 귀화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국가 대항전이라는 성격도 퇴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회 개최를 위한 재정 부담은 갈수록 커져 3수 끝에 올림픽을 유치한 평창과 같은 도시가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 노르웨이의 오슬로와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2022년 올림픽 유치 신청을 철회했고, 미국의 보스턴과 독일의 함부르크도 2024년 올림픽 유치 신청을 포기했다.
위기감을 느낀 IOC는 2014년 말 여러 도시가 올림픽을 분산 개최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안을 내놓았다. 대회 개최 비용을 줄여 올림픽 유치 신청을 하는 도시를 늘리기 위한 처방이었다. IOC의 올림픽 개최 도시 선정에도 경비 절감 노력이 중요한 요소가 됐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2024년 올림픽 유치 신청을 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18일 IOC에 제출한 유치 계획서에서 모두 “새로 지은 경기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미 지어 놓은 경기장을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날 강원 평창군은 평창 올림픽 준비를 위해 올해 190억 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에 발행할 지방채까지 합해 평창군이 3년간 올림픽 준비를 위해 진 빚은 370억 원으로 올림픽이 끝난 2년 뒤부터 10년 동안 갚아야만 한다.
2년 뒤 오늘 IOC는 “평창 올림픽은 성공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날 것이다. 역대 최고의 대회라는 찬사도 곁들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날 이후 평창은 IOC의 관심 밖이다. 그런데도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IOC의 칭찬에 너무 취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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