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간) 미국과 중국이 백악관에서 최종 합의한 대북 제재 유엔결의안 초안은 북한을 사실상 봉쇄하는 초강력 방안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제 활동을 제외한 모든 현물과 자금 거래를 통제하는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중 양국은 석탄과 항공유(등유)를 비롯해 북한의 군사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품들을 금수(禁輸) 조치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수 기준도 포괄적으로 규정해 추가되는 금수 품목이 수십 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탄 등 지하자원 수출 금지는 북한에 가장 치명적인 제재다. 북한은 지난해 13억200만 달러(약 1조6014억 원)의 지하자원을 중국에 수출했다. 전체 수출액의 절반이나 차지하는 규모다. 품목별 수출액은 △석탄(10억4900만 달러) △철광석(7200만 달러) △연광(鉛鑛·5000만 달러) △귀금속광(3900만 달러) 순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고로 올랐던 2012년경에는 석탄 수출액이 15억 달러, 철광석 수출액은 2억 달러가 넘었다.
석탄 수출이 금지되면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북한군이다. 김정은은 석탄 이권의 상당 부분을 군에 배분했다. 석탄 수출 자금이 고갈되면 북한군은 식량과 피복 공급 등에 타격을 입어 유지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항공유 금수 조치 역시 북한 공군 전력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북한은 항공유를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해 왔다. 다만 최근 러시아에서 대북 원유 수출이 늘고 있어 항공유 금수 조치는 러시아가 적극 동참해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2013년 3월 유엔에서 통과된 ‘대북 제재 결의안 2094’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일 것으로 의심될 경우’ 선박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단서 조항이 사라져 북한 항구를 오가는 선박은 의무적으로 검색을 받게 된다. 북한 대외무역의 상당 부분이 사실상 차단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항은 이미 북한 화물선의 입항을 금지했다고 일부 언론이 전했다. 현지 사업가는 “이미 지난해부터 비슷한 이야기가 돌았다”고 본보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금수 품목이 실렸다고 의심되는 항공기의 유엔 회원국 영토 이착륙 및 영공 통과도 의무적으로 금지된다. 이는 전 세계 항공기에 적용되며 북한 고려항공도 예외가 아니다. 대량살상무기(WMD) 제조에 필요한 물품을 수송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고려항공 항공기는 물론이고 민항기도 통행이 금지된다. 하지만 ‘모든 북한 항공기의 유엔 회원국 출입 금지’라는 초강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의안은 북한으로의 대규모 자금(bulk cash) 유입에 대한 감시 체계를 대폭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의심 자금’ 거래 의혹이 있는 북한 은행의 유엔 회원국 내 영업을 차단하도록 ‘촉구하는’ 조항도 ‘강제 차단’ 조항으로 바뀌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제재 리스트에 오른 단체는 정찰총국과 함께 원자력공업성(핵무기 개발), 국가우주개발국(미사일 개발) 등이다.
정부 당국자는 “예상보다 강력한 제재안이 도출된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이 붕괴되지 않는 선에서 모든 제재를 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5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통일포럼에서 “이번 제재는 이제까지 시도된 어떤 양자 및 다자 제재보다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무연탄 등 자원의 국제가격 하락 등으로 악화되고 있는 북한의 대외경제 여건 △북-중 교역 감소로 과거 제재를 무력화한 ‘중국 효과’의 소멸 △북한의 제재 회피 수단 차단 △개성공단 및 해외 파견 근로자 및 가족 등 제재 영향을 체감하는 북한 내부 사회 집단의 첫 형성 등을 북한 체제에 타격을 주는 요인으로 꼽았다.
제재의 목표에 대해 김성한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은 “궁극적으로 김정은 정권의 행태를 바꾸거나 보다 온건한 지도자로의 변화를 적극 추구하는 ‘정권 변환(regime transformation)을 지향해야 한다”며 “북한의 정권 변환을 통해 한반도 통일을 달성한다는 ‘공세적 통일전략’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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