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1운동후 남미서도 독립운동’ 입증 자료 첫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6일 03시 00분


페루-칠레 등서 독립자금 모은 홍언… 한시집 ‘동해시초’에 당시 감회 남겨

미주 독립운동가 홍언의 한시집 ‘동해시초’에 실린 연작시 ‘페루 독립관’의 일부. 여기서 ‘秘魯(붉은선 안)’가 페루의 당시 한자 표기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제공
미주 독립운동가 홍언의 한시집 ‘동해시초’에 실린 연작시 ‘페루 독립관’의 일부. 여기서 ‘秘魯(붉은선 안)’가 페루의 당시 한자 표기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제공
1919년 3·1운동 뒤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이 페루 등 남미에서까지 진행됐음을 입증하는 자료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는 미주 독립운동가 홍언(본명 홍종표·1880∼1951·사진)이 육필로 쓴 한시(漢詩)집 ‘동해시초(東海詩초)’를 최근 발견했다. 이 시집은 홍언이 1910년대 후반부터 쓴 한시를 1932년에 모은 것으로 1921∼22년 페루와 칠레, 에콰도르 등 남미 국가를 순행하며 경제력이 있는 화교(중국인)들을 상대로 독립자금을 모금할 당시 쓴 한시가 포함돼 있다. 시집에 담긴 한시 96수 중 페루에서 쓴 것은 17수다. 홍언이 페루 수도 리마 북쪽 우아초에서 현지 독립기념관을 둘러보고 감회를 적은 시도 있다.

김도형 독립기념관 국외사적지팀장은 “홍언이 남미 화교 사회를 순방하면서 벌인 구체적인 활동은 알려진 게 별로 없었는데 ‘동해시초’가 이를 뒷받침하는 최초 자료”라며 “중국 러시아 동남아 미국 유럽 등 거의 전 세계를 무대로 벌어진 독립운동이 남미에서도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동해시초’는 독립유공자 정두옥의 가족이 1995년 독립기념관에 기증한 것으로 그동안 수장고에 보관돼 있었으나 최근 연구소가 시집에 쓰인 필명 ‘동해수부(東海水夫)’가 홍언의 아호라는 것을 확인해 그 가치가 뒤늦게 드러났다.

홍언은 서울에서 태어나 1904년 미국 하와이로 이민했다. 1911년 이후 40여 년간 대한인국민회 북미지방총회 기관지인 신한민보의 주필 등으로 일한 언론인이자 문필가다. 중국어와 한문에 능통해 3·1운동 이후 중국인 위주의 모금 활동을 벌였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3·1운동#남미#독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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